치킨 한 마리 값으로 주식을? 교촌이 주목받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20.11.16 04:14

[종목대해부]프랜차이즈 첫 직상장한 교촌에프앤비…해외진출+신사업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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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 교촌에프앤비가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레드오션인 치킨 프랜차이즈는 상장이 어려울 것이란 다수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1318대 1이라는 역대 코스피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더니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52% 뛰었다.

증시에 상장한 프랜차이즈는 여럿 있었다.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해마로푸드서비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 마포갈매기와 연안식당 등을 보유한 디딤 등이다.

다만 이들은 스펙 합병이나 기존 상장사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등의 방식을 택했다. 반면 교촌에프앤비는 같은 요식업 프랜차이즈면서도 대형주들의 리그인 코스피 시장에 직상장하며 흥행기록을 써냈다



간장치킨, 부분육 등 혁신 일으킨 '치킨계의 애플'


교촌치킨은 창업자 권원강 회장이 1991년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 상가에서 시작한 교촌통닭이 시초다. 교촌치킨의 특징은 얇으면서도 바삭한 튀김옷과 은은한 마늘간장향의 양념이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치킨 시장은 후라이드와 양념이 양분하고 있었다. 교촌치킨이 급성장하면서 후라이드·양념·간장이라는 치킨 천하삼분지계가 완성된다.

튀기는 방식도 특이하다. 권 회장은 장사가 잘 되지 않았던 창업 초기 한 1년간 매일 닭튀기는 연구만 했다고 한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생닭을 180도에서 10분 튀기고 꺼냈다가 다시 2분간 튀기는 방식이다. 치킨의 바삭함이 오래 유지될 수 있는 최적의 방식이다. 이렇게 치킨을 두 번 튀기는 건 교촌이 업계 최초다.

또 교촌의 콤보 메뉴를 빼 놓을 수 없다. 윙, 봉, 다리만을 모아 파는 부분육 메뉴는 기존에 어떤 치킨집에도 없던 새로운 방식이다. 2006년 이 콤보 메뉴를 출시하면서 매출은 한 단계 더 뛴다.

2010년에는 허니치킨 시리즈를 출시해 대박을 쳤다. 허니콤보 메뉴는 지금도 단일메뉴로는 가장 많이 팔리는 교촌치킨의 대표 메뉴다. 지난해에만 허니 시리즈 1300만 마리, 금액으로 2400억원 어치가 팔렸다.

교촌은 특색있는 메뉴와 까다로운 품질 관리로 ‘비싸지만 맛있는 치킨’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교촌은 현재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중 1위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매장수는 1157개로 BBQ(1604개), BHC(1518개)에 이어 3위지만 매출액은 약 37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철저한 품질 관리…프랜차이즈 본사·지점 동반 성장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본부의 주요 수익원은 크게 개설비와 상품공급비다.

개설비는 가게를 처음 열 때 점주가 프랜차이즈 본부에 지급해야 하는 비용인데 △가맹비 △교육비 △인테리어 비용 △초도 상품비 등이다.

상품공급비는 점주가 가게를 운영하면서 지속적으로 프랜차이즈 본부에 지급해야하는 비용이다. 원자재나 부자재 비용은 물론이고 광고비·사용료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교촌에프앤비의 주요 사업도 교촌치킨 각 가맹점 사업자에게 치킨 판매에 필요한 각종 원재료와 부자재를 공급·유통하는 것이다. 지난해 매출 구성을 보면 원자재와 부자재 매출이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서 원자재는 생닭이고 부자재는 소스, 치킨무, 포장지 등이다.

한마디로 점주들에게 원·부자재를 파는 게 프랜차이즈 본부의 주요 매출인 셈이다. 신규 가맹점이 늘고 기존 가맹점도 안정적 매출을 올려야 프랜차이즈 본부도 성장할 수 있는 구조다.

가맹점의 성장이 프랜차이즈의 성장이라는 점에서 교촌은 다른 브랜드보다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교촌은 마구잡이식으로 매장을 늘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무작정 매장을 늘리다보면 매장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품질이나 브랜드 이미지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신메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교촌의 전략은 신메뉴 출시를 최소화하고 기존 메뉴의 품질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다른 브랜드가 유행에 따라 주기적으로 신메뉴를 낼 때도 교촌, 레드, 허니 세 종류 메뉴 집중했다.

지난해 기준 교촌치킨의 매장당 연 평균 매출액은 약 6억5000만원으로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중 가장 높다.

매장별, 메뉴별 품질관리에 집중한 결과다. 교촌에프앤비의 매출액도 최근 5년 간 연평균 약 10%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본사는 가맹점주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가맹점주의 이익은 다시 본사의 이익으로 귀결되는 선순환 구조다.


'레드 오션' 치킨 시장…교촌의 생존법은?


우려도 존재한다. 우선 레드 오션인 국내 치킨 시장에서 더 성장할 수 있냐는 점이다. 최근 5년간 국내 치킨 시장은 연평균 14%씩 성장했다.


2018년 기준 전국 치킨 전문점 매출액은 총 5조3652억원이다. 배달앱 등장에 따른 주문 편의성, 치맥 열풍, 혼닭 트렌드, 먹방 유행 등이 겹쳐진 결과다.

하지만 이젠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촌치킨, BBQ, BHC, 굽네치킨, 페리카나, 멕시카나 같은 치킨 브랜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77개에 달한다. 프랜차이즈 치킨집은 전국에 2만6000여개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치킨집, 치킨을 파는 호프집까지 포함하면 치킨집은 8만5000여곳이나 된다.

폐업도 늘고있다. 전국에서 매년 8000여 곳 이상의 치킨집이 문을 닫고 있다. 창업보다 폐업이 많은 상황이 2015년부터 이어진다. 말 그대로 치킨집 끼리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툭하면 터지는 프랜차이즈 갑질 문제도 리스크다. 프랜차이즈는 사업 구조상 가맹점이 본사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갑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품 강매나 과도한 수수료, 불필요한 인테리어 요구뿐만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회장의 갑질 문제도 심심찮게 뉴스에 나온다.

교촌 역시 2018년 권 회장의 6촌 지간인 교촌에프앤비 임원이 직원들을 폭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 동안 불매운동으로 곤욕을 치렀다.



해외진출+신사업 돌파구


교촌의 돌파구는 해외 진출과 신사업 추진이다. 해외 진출 여건은 나쁘지 않다.

후라이드 치킨이 대다수인 해외에서 고추장, 간장 같은 한식 재료를 베이스로 한 다양한 양념치킨의 경쟁력은 괜찮다. 치열한 치킨 시장에서 살아 남은 K치킨의 경쟁력이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단 얘기다.

최근 몇 년간 해외에서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 속에 나온 치맥이 해외에서도 익숙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국식 치킨 먹방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해외 진출에 긍정적 요소다.

하지만 장미빛 전망이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다. 교촌은 2007년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동부와 서부에 직영점을 세웠는데 임대료 상승과 매출 부진 등으로 2017년 매장 한 곳(동부 맨하탄 매장)을 폐점했다.

일본 도쿄에는 직영이 아닌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2015년 진출했는데 현지 파트너사와의 문제로 9개월만에 조기 철수했다.

그래도 교촌은 꾸준히 해외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12년에는 중국, 2013년에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다. 현재 6개국에서 37개 교촌 매장이 운영 중이다.

직영으로 운영 중인 미국과 중국 법인은 올해 적자폭이 크게 줄거나 흑자로 돌아섰다. 향후에는 현지화 전략 등을 통해 5년 내에 중동, 아프리카, 대만, 호주 등에 537개 해외 매장을 낸다는 계획이다.

신사업의 성공 여부도 관건이다. 교촌은 6촌 갑질 논란 이후 지난해 초 권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롯데 출신인 소진세 회장이 취임하면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탈바꿈했다.

소 회장은 기존 메뉴에 집중한다는 기조를 바꿔 적극적인 신메뉴 출시로 다양화를 꾀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선 다양한 메뉴의 개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닭고기를 이용한 가정 간편식(HMR)도 신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부분육 메뉴를 주로 팔다보니 닭가슴살 같은 비선호 부위가 재고로 쌓이는데 닭가슴살 팩 등 HMR로 재가공하면 수익성은 개선될 수 있다.



교촌은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주가는 얼마나 오를 수 있을까. 공모가는 합리적 수준이란 평가 속 상장 첫날 주가는 많이 올랐지만 바로 다음날 주가는 조정받았다.

결국 관건은 해외 진출과 신사업 등 성장성을 실제로 증명해 보이는 일이다.

미국의 핫윙 전문 프랜차이즈인 윙스톱은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요식업 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매 분기 실적이 증가하는 중이다. 다른 외식업체들이 코로나 때문에 줄줄이 파산하는 와중에도 윙스톱의 주가는 올해에만 50% 이상 올랐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퇴직인구 확대로 인한 창업수요 증가, 1인가구 증가로 인한 외식 수요 증가, 신규브랜드 및 신매장을 통한 시장 공략 등으로 교촌에프앤비의 안정적 성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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