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찍고 신체특징까지 휴대폰에 고스란히...성희롱 아니라고?

머니투데이 정영희 법률N미디어 에디터 | 2020.11.15 06:35

[법률판]

/사진=뉴스1
인천 모 대학교 학생이 전 연인들과의 성관계 장면을 불법촬영한 후 이를 휴대폰에 저장해뒀다는 주장이 제기돼 학교 인권센터가 상황 파악에 나섰습니다.

지난 5일 모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씨의 여자친구라고 밝힌 B씨의 익명 제보글이 올라왔습니다. B씨는 우연히 A씨의 휴대폰을 보다 A씨가 지금껏 성관계했던 여성들의 신체를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폴더별로 정리해놓은 장면을 포착했다는데요. 해당 폴더에는 여성들의 이름과 나이 등 신상정보에 해당하는 내용도 함께 정리돼 있었고 B씨를 촬영한 영상도 들어 있었습니다. B씨는 자신은 이런 영상 촬영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각각의 폴더에는 신체 사이즈와 성관계 시 특징 등 만났던 여성을 성적으로 품평하는 구체적 내용의 문서도 있었습니다.

B씨는 믿었던 남자친구의 행동에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B씨는 A씨에 대해 "N번방 사건이 불거진 후에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성범죄자"라고 비난했습니다.

◇은밀한 정보 담은 문서, 처벌 가능할까

전 여자친구들과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찍어 저장한 이른바 '몰카' 행위는 당연히 처벌받아야 마땅한 범죄입니다. 허락 없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이렇게 찍은 촬영물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유포하거나 제3자에게 판매할 경우 처벌이 가중됩니다.

A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피해 여성들의 사적인 정보들을 문서로 정리하기까지 했습니다. 키나 몸무게, 가슴 사이즈부터 은밀한 부위의 모양, 성관계 중 알게 된 신체적 특징까지 자세히 기록해 뒀습니다. 불법촬영 피해자들에게 2차적인 정신적 피해를 안길 수 있는 충격적인 행동인데요. 이런 성희롱성 문서도 형사처벌이 가능할까요?

성희롱이란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성적(性的) 발언이나 행동을 해 성적 굴욕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입니다. 여기서의 성적 발언이란 통상적으로 일반적인 사람에게도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말을 뜻합니다.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두22498 판결)

아르바이트생에게 티셔츠가 마음에 든다며 '옷 좀 벗어달라'고 말한 경우가 대표적인 성희롱입니다. A씨가 작성한 문서에는 이보다 훨씬 노골적인 표현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문서를 만든 것만으로는 민사·형사적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성희롱 자체가 성적 발언이 말이나 문자를 포함해 어떤 방식으로든 전달이 돼야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A씨의 행위는 음화제조죄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형법은 음란한 문서 등을 판매하거나 누군가에게 보일 목적으로 만들거나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지만, 구성요건이 '판매·공연·전시를 위해 만든 경우'이기에 혼자만 보려고 이러한 문서를 제작했다면 이 죄로는 처벌이 힘듭니다.


만일 A씨가 문서 내용을 해당 여성들에게 직접 말했다면 성희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직장 내 성희롱이 아닌 성희롱의 경우, 형사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결국 피해 여성들은 A씨에게 민사 대응을 해야 합니다.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건데요. 아울러 A씨가 해당 문서를 타인과 오프라인으로 공유했다면 형법상 음화반포죄, 온라인을 통해 전송했다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가해자와 같은 학교 다녀야 하는 피해자들

A씨의 혐의가 모두 사실로 밝혀진다면 피해 학생들 입장에서는 가해자와 같은 학교를 졸업까지 다녀야 하는 불안한 상황이 연출될지도 모릅니다. 학교 측에서 A씨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릴 수 있을까요?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하면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징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때 가해자가 된 학생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주는 등 적절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대학생이 받게 되는 징계에는 근신·정학·제적·퇴학 등이 있으나 각 학교마다 학칙이 달라 징계 종류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학 자체에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을 정해두거나 교내 성폭력 사건을 담당하는 자체 기구을 설치해놓은 학교도 많습니다. A씨 또한 인천대학교 상벌규정에 따라 적절한 징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한 사립대 재학생이 취한 상태에서 같은 학교 학생을 동의 없이 성폭행해 검찰에게 강제추행 및 폭행으로 고소당하자 퇴학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밖에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여자 동기에게 지속적으로 성희롱성 메시지를 전송한 대학생은 200시간의 봉사명령을 받기도 했습니다.

글: 법률N미디어 정영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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