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살롱]'정진웅 기소' 적정성 확인하겠다는 추미애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 2020.11.15 07:30
"법무부 장관은 대검 감찰부에 독직폭행 혐의 기소 과정의 적정성 여부에 관하여 그 진상을 확인해 보고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진상확인 조사 결과를 검토해 정 차장검사의 직무집행 정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지난 12일 이른 아침, 법무부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알림문을 기자단에게 보냈다. 전날 밤 법무부가 대검의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차장검사에 대한 직무배제 요청을 받고도 2주 가까이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취한 조치다.

대검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는 않았으나, 검찰 일선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검찰 간부는 "다들 어이 없는 상황"이라 전하기도 했다. 법무부 알림글에 검사들이 없이 없어 하는 상황은 왜 빚어진 것일까.



출발점부터 의문…秋가 내세운 명분, 사실과 달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법무부가 감찰조사 지시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수사팀 내부에 이견이 있었다는 MBC보도다. MBC는 '정 차장검사 독직폭행 사건의 주임검사가 기소에 회의적이었으나 명점식 감찰부장이 사건을 재배당한 후 기소를 강행했다고 보도했다.

보도 직후 수사팀 내에서 정 차장검사를 독직폭행으로 기소하는 방안에 반대 의견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고검 측은 사건이 재배당된 것은 맞지만 기소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수사팀 내에서 의견이 갈렸던 부분은 정 차장검사의 독직폭행이 상해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지 여부였다고 한다.

법무부가 내세운 또다른 사유는 '대검의 직무배제 요청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 장관에게 직무집행 정지를 요청하는 과정에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공식 이의제기가 있었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또 한 감찰부장이 결재에서 배제됐다고도 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검사 직무정치 요청권자는 검찰총장이다. 검사징계법 8조(징계혐의자에 대한 부본 송달과 직무정지)는 '검찰총장은 해임·면직 또는 정직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사유로 조사 중인 검사가 직무 집행을 계속하는 것이 현저하게 부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법무부 장관에게 직무집행 정지를 명해달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한 검사는 "직무집행 정치 요청권은 검찰총장의 권한"이라며 "감찰부는 그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에 불과하다"고 했다.




'법원 역할' 하겠다는 법무부…감찰부 지시도 적법성 의문


/사진=뉴스1
우리나라 사법체계와도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헌법 체계는 수사나 기소과정의 위법 여부를 법원에서 판단하도록 한다. 감찰 영역은 그 이후에 발동된다.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나면 상위기관인 고검과 대검 감찰부에서 담당검사에 대한 평정을 실시한다. 사무감사를 통해 정기적으로 수사의 적정성 여부 등을 검토, 문제가 있다면 벌점을 매긴다고 한다.

법무부 장관이 대검 감찰부에 직접 지시를 내린 점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나온다. 검찰청법상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서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 이는 준사법기관인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고자 만들어진 규정이다.

검찰 밖의 시선도 너그럽진 못하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의 지시는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의 근본을 침해하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며 "집권 정치권력이 검찰 수사의 부당성 감찰이라는 명분으로 주요 수사를 모두 들여다 볼 때 그 부작용이 어떠할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고 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도 "설사 수사팀 내부에 이견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법무부가 다시 기소 적정성을 따지는 것은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일"이라 했다.

그는 "검찰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일일이 문제삼으면 조직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면서 "검찰 존립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지시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일단 내려진 결정은 그대로 하고 (기소 적정성) 판단은 법원이 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이어 "장관은 오로지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수사지휘를 할 수 있는데, 대검 감찰부에 지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지도 의문"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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