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비 자동 청구할 수 있다는데…서류 고집하는 '실손보험'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20.11.13 05:30

[MT리포트]폰으로 다 되는 시대, 실손은 왜? (上)

편집자주 | IT(정보기술) 강국 대한민국에서 스마트폰으로 안 되는 것이 하나 있다. 실손의료보험 보험금을 청구다. 아직도 일일이 종이서류를 챙겨야 한다. 3500만명이 가입한 실손보험은 왜 보험금 청구를 스마트폰으로 못 하는 걸까.



"병원비 결제부터 보험금 청구 1분이면 끝"


사진제공=삼성화재

# 직장인 이현준씨는 얼마 전 허리디스크가 재발해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에 가입한 이씨는 보험금을 전산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말에 병원 내 키오스크(무인수납기)에서 진료비를 내기로 했다. 안내화면에 따라 병원비를 결제하자 곧바로 ‘실비보험 청구’ 페이지로 연결됐다. 가입된 보험사 화면에서 삼성화재를 누르고 휴대폰으로 개인정보 인증을 마치자 ‘실비보험 청구가 정상적으로 접수되었습니다’ 메시지가 떴다. 병원비 결제부터 보험금 청구까지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삼성화재는 지난해부터 KT와 함께 ‘실손보험 즉시 청구 서비스’를 시작했다. 무인수납기와 보험사 시스템을 KT 전용망으로 연결했다. 병원비를 내면서 바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필요한 모든 병원 데이터는 전자문서(EDI) 형태로 보험사에 자동으로 전송된다. 전용망을 통해 민감한 의료정보 유출 등 보안 위험을 없앴다.

보험금 청구를 위해 따로 병원 원무과에 가서 영수증을 받고 진료 세부내역서, 처방전 등 서류를 발급받느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 보험사를 방문하거나 팩스나 이메일로 서류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 보험금 청구를 하느라 썼던 시간과 과정이 대폭 간소화된 것이다.

주요 보험사들은 대부분 삼성화재와 비슷한 방식으로 일부 의료기관과 제휴를 맺고 간소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의 경우 세브란스병원과 제휴를 맺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도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참여한 의료기관이 소수라는 점이다. 전국 약 9만7000여개의 요양기관 중 보험금 청구 전산화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주요 대학병원 등 일부에 그친다.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실제로 자주 이용하는 병의원이나 약국 등은 빠져있다. 통합서비스가 아니다 보니 보험금 청구를 위해 일일이 필요한 앱을 깔거나 제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참여한 의료기관이 제한적이다 보니 여전히 번거롭고 애써 찾았는데 낭패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병의원이 보험금 청구 전산화에 참여하면 하나의 앱을 통해 24시간, 365일 언제든 모든 의료기관에서 쓴 병원비를 간편하게 보험금 청구할 수 있게 된다”며 “앱 하나면 되기 때문에 지금처럼 각 병원에 무인수납기를 설치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전혜영 기자



아직도 종이로…실손 보험금 청구 20년째 제자리인 이유



지난해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에 가입해 진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한 건수는 약 1억건이다. 매일 약 27만건 꼴이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하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의료비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2003년부터 국내에서 판매됐다. 개인 실손보험 가입자만 약 3500만명에 달한다.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릴 정도로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만큼 대중화됐지만 보험금 청구 절차는 상품이 처음 나온 약 20여년 전과 다를 바 없다. 당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이 발달하지 않아 가입자들은 보험금 청구서류를 수기로 작성하고, 병원 원무과에서 영수증이나 진료비 세부내역서 등 필요한 서류를 구비해 보험회사를 직접 찾아야 했다. 혹은 팩스 등을 통해 청구하기도 했다.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 등이 번거로워 소액은 청구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앱으로 안되는 게 없는 시대가 됐는데도 유독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건강보험은 1996년부터 수기에서 전산화로 변경됐다. 자동차보험도 2013년부터 치료비에 대한 청구가 전산화됐다. 일부 항목은 심사까지 인공지능(AI)으로 하는 시대가 됐다. 반면 실손보험은 여전히 종이서류가 필요하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사진을 찍은 후 서류를 전송할 수 있어진 것이 발전이라면 발전이다.

가입자만 불편한 게 아니다. 진단서류를 발급하는 데 대량의 종이문서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기준 1억 건의 실손보험금 청구가 이뤄졌다. 통상 4장의 진단서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년에 총 4억장의 서류를 발급한 셈이다. 병원 원무과의 업무 부담도 상당하다. 일부 병원이 먼저 보험사와 전산화를 추진한 사례가 나올 정도다.

보험사도 종이서류를 받아 심사한 후 전산 입력하고 보관하는 단순 업무에 과도한 인력이 투입되다 보니 불만이 많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보험금 청구가 쉬워지면 소액청구까지 모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해 전산화를 꺼리던 것과 180도 달라졌다. 사진을 찍어 스마트폰 앱으로 청구하는 비중이 늘었다고 하나 서류를 일일이 화면에 띄워 놓고 심사하고 입력하는 과정은 같다. 업무 부담은 거의 줄지 않은 것이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가 10년째 가로막혀 있는 건 의료계의 반대 때문이다. 실손보험 가입자와 보험사 등 이해관계자들은 물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서울YMCA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소비자와함께, 소비자교육지원센터 등 시민단체가 나서 “간소화 도입이 지연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며 촉구했지만 달라진 건 없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개별 병원 등은 전산화가 이뤄졌지만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전산화에 참여하지 않아 국민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며 “보험금 청구전산화가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전국에 있는 약 10만여개의 의료기관과 보험사가 모두 전산청구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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