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없이 19초 뒤 끊긴 신고전화…극단적 선택 막은 소방관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 2020.11.11 14:04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 7월2일 새벽 3시쯤 인천소방본부 119상황실에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신고자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고, 19초간 침묵이 이어진 뒤 전화가 끊겼다. 휴대전화 버튼을 잘못 누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전화는 대게 오인 신고 처리된다.

하지만 전화가 걸려온 시간이 새벽이었던데다 최근 같은 번호로 걸려온 신고 내역이 전혀 없다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A소방관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희미하게 들린 "쓰러질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듣고선 곧바로 119 구급대를 출동시켰고, 구급대는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10대를 발견했다.

11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이같은 사례는 소방청의 '제1회 상황관리 우수사례 연찬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이 대회는 연간 1100만건이 넘는 119신고 사례 가운데 상황대응 능력 등이 빛났던 우수 사례를 선정해 시상하는 것으로 올해 처음 열렸다.

최우수상은 경기소방본부의 '무응답 요구조자의 위치 확인과 구조' 사례와 제주소방본부의 '미개통 휴대폰을 이용한 극단적 선택자 구조' 사례가 각각 받았다.

경기본부 사례는 지난 9월 경기 광주시의 한 산에서 아내가 길을 잃어 2시간째 헤맨다는 신고를 받고선 경찰에 공동대응 요청과 함께 구조자에게 휴대전화 앱으로 GPS 추적 서비스를 실행하도록 안내해 찾아낸 것이다.


제주본부 사례는 개통이 정지돼 위치 추적이 불가능한 휴대전화 신고전화가 접수된 상황에서 전화기 너머 희미하게 들린 신음소리와 숙박업체 상호를 파악하고선 구조·구급대를 출동시켜 신고자를 구해냈다.

우수상은 지난 9월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구조자에게 경량칸막이를 부수고 옆 세대로 대피하게끔 안내해 인명 피해를 막은 전남소방본부와 지난 5월 화재 신고를 접수받은 직후 점포 윗층에 소재한 요양원에 즉시 알려 연기가 크게 확산하기 전 31명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대구소방본부의 사례가 각각 선정됐다.

황기석 소방청 119종합상황실장은 "제한된 상황실 인력으로 모든 무응답·오접속 전화에 일일이 대응하기란 어렵다"면서도 "재난 대응의 시작인 신고접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례를 발굴·전파해 유사 사례에 신속하고 융통성 있게 대응해 나가도록 교육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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