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에서 유리로 변하는 입자 움직임 밝히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20.11.12 01:00

기초과학연구원, 유리 입자끼리 뭉치는 ‘케이지 형성’ 최초 관찰

평면의 유리 입자들을 레이저로 자극하는 모식도와 사진(a) 2차원 평면의 유리 위에 강력한 펨토초 레이저를 쏘아, 입자를 자극했다. (b~d) 패킹계수가 0.5, 0.6, 0.7인 각 시스템에서 레이저를 쏜 뒤 5초 후의 입자가 움직인 총 거리를 표시했다. 움직인 거리가 클수록 빨간색, 없으면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패킹계수 임계점인 0.6에서 움직이는 입자 수가 가장 많음을 볼 수 있다/사진=IBS
국제공동연구팀이 첨단 산업에 중요한 물질인 유리의 ‘케이지 형성’ 과정을 개별 입자단위에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스티브 그래닉 단장(UNIST 화학과 특훈교수) 연구팀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와 함께, 액체가 단단한 유리로 변하는 임계점에서 유리 입자의 움직임을 처음 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유리는 광섬유, 렌즈, 비행기, 반도체 등 산업에서 수많은 용처에 쓰이고 있다. 원자가 규칙적인 배열을 이루고 있는 결정형 고체와 달리, 유리는 비결정형 고체라 유리를 이루는 입자들이 불규칙한 배열을 이룬다.

액체가 어는 점 아래로 온도가 내려가면 결정 혹은 유리가 된다. 유리 입자의 불규칙한 배열은 액체 상태와 비슷한데, 배열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유리가 단단함을 가지는 이유는 이웃한 입자들에게 둘러싸이는 ‘케이지 형성’ 때문이다.

케이지 형성이 시작되는 임계 온도는 점성이 높아지기 시작하고 입자들의 움직임이 불균일해지는 등 유리의 여러 물리적인 특성이 나타나는 지점이다. 이 지표들은 모두 전체 입자의 통계적이고 평균적인 움직임으로, 개별 입자들의 역학 관계에 대해서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으며, 특히 이 지점에서 입자들의 케이지 형성이 실제로 관찰된 적은 없었다.
임계점에서 집합적으로 움직이는 유리 입자각 그래프의 가로축은 입자의 변위, 세로축은 시간 t가 지났을 때 원래 위치로부터 r만큼 떨어져 있는 입자의 개수와 상응한다. 색상으로 시간변화를 볼 수 있다.(빨강→남색) 이 때 그래프의 피크는 시스템이 결정의 격자 구조처럼 불연속적인 구조를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왼쪽에 packing fraction이 0.55일 때는 시스템이 액체이므로 피크가 하나도 없고, 임계점인 0.60에서 여러 개의 피크가 생기며 고체의 성질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0.75에서는 고체의 성질이 두드러진다.그림 e에서 표현된 것처럼 고체와 액체의 성질을 균일하게 가지게 된 임계상태의 경우, 전체적인 입자들의 운동성이 커진다. Packing fraction이 임계점을 넘어갈 경우, 시스템에서 고체의 성질이 강해지기 때문에 입자들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고 액체보다 활동성이 떨어지게 된다/사진=IBS

연구진은 개별 입자를 자극해 임계점에서 입자의 이동성 증가와 집합적 움직임을 처음 밝혀냈다. 기존에는 외부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전체 유리 입자를 평균적으로 추적하는 데 그쳤다. 따라서 입자들의 반응이나 국소적인 움직임은 알 수 없었다.

연구진은 1~100μm(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미터) 크기로 작은 에너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개별 콜로이드 입자를 자극할 수 있을 만큼 강하고 집중된 펨토(1015분의 1)초 레이저를 개발해 레이저로 입자 한 개를 자극한 뒤 주변 입자들로 움직임이 퍼져나가는 양상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논문의 제1 저자인 보 리 선임연구원은 “레이저를 이용해 유리 시스템 속 입자 하나를 튕길 수 있었고, 유리 입자의 움직임 변화를 포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험 결과 임계점에서 입자 이동성이 가장 증가하며, 케이지 형성의 특징인 집합적 움직임을 나타냄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임계점에서 입자들이 가장 많이, 멀리 이동함을 관찰했다. 임계점에서 입자들이 움직이기 쉬운 즉, 변형되기 쉬운 상태임을 처음 규명한 것이다.

또 연속적이고 개별적으로 움직이던 입자들이 임계점에서는 군대처럼 집합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관찰했다. 이는 연속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유리 입자가 케이지 구조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유리 전이가 서서히 일어난다는 기존 관념을 뒤집고, 임계점에서 입자가 움직이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함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유리에 새로운 성질을 부여하는 신소재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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