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장관은 없다던 '검찰 특활비' 秋는 '감찰'…한명은 틀렸다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20.11.09 05:45

[theL] 박상기 장관 때는 "특활비는 우리가 분배" 3년 후 "총장 주머닛돈"

추미애 법무장관./ 사진=뉴스1

검찰 특수활동비(특활비)가 또 도마에 올랐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특활비를 자기 것처럼 쓰고있다면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지시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강조한 윤 총장과 월성 원전 1호기 수사를 흔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검찰 특활비 없다"더니…윤석열 특활비 감찰하라는 추미애 장관


추 장관은 지난 6일 윤 총장의 특수활동비 배정내역을 조사해 보고하라고 대검찰청 감찰부에 지시했다. 윤 총장이 측근이 있는 검찰청에는 특활비를 많이 주고, 자신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에 특활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여당 의원들의 의혹 제기에 응답한 것이다.

특활비는 쉽게 말하면 용처를 묻지 않는 자금으로, 국가정보원·군·검찰 등의 비밀수사에 활용된다. 용처를 묻지 않는 탓에 '눈 먼 돈'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됐던 것은 국정원이 박근혜·이명박 정부 청와대에 특활비를 상납했다는 건이었다. 2017년 국정원 '적폐청산' 작업 과정에서 문제가 됐는데,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활비를 상납받았다는 부분에 대해 국고손실죄로 유죄 판결했다.

주목할 것은 2017년 국정원 특활비 수사 당시 법무부 특활비도 함께 문제가 됐었다는 점이다.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사건을 처벌하려면 검찰로부터 매년 100억여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았다는 법무부도 같이 처벌하는 것이 형평에 맞는 것이 아닌가"라는 글을 SNS에 게시하면서다.

이때 법무부는 "검찰 특활비는 우리가 분배한다"면서 검찰 특활비를 상납받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예산편성권은 상급기관인 법무부에 있으므로 법무부가 특활비 예산을 타다가 하급기관인 검찰에 배분한다는 것이다. 박상기 당시 법무장관도 "검찰 특활비라는 것은 없다. 법무부에 배정된 특활비만 있는 것"이라는 민주당 의원의 발언에 "그렇다"고 동의했다.

당시 법무부 대응과 박 전 장관의 발언을 종합하면 윤 총장이 특활비를 멋대로 분배한다는 추 장관의 감찰 지시는 모순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특활비는 법무부에서 배정하므로 윤 총장이 마음대로 특활비를 분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모순에서 빠져나오려면 검찰 특활비는 없다는 박 전 장관의 대답이 틀렸거나 추 장관 자신이 틀렸다는 점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든 논란을 피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딜레마 원인, '월성 원전 1호기'?


판사 출신인 추 장관이 딜레마에 빠진 것은 검찰을 정치로 몰아넣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추 장관이 특활비 감찰을 지시한 당일 오전 검찰은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을 의도적으로 저평가해 조기 폐쇄시켰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압수수색 당일 "검찰은 폭주를 멈추라"고 대응했을 정도로 원전 1호기 수사는 민감한 이슈다. 이에 대해 추 장관도 "정치인 총장이 정부를 공격하고 흔들기 위해서 편파수사, 과잉수사를 하고 있다"며 여당과 한 목소리를 냈다. 이번 특활비 감찰 지시도 정권을 향한 수사를 저지하려는 정쟁 시도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법사위는 9일 오후 대검찰청에서 법무부와 대검의 특활비 집행내역을 현장검증할 예정이다. 원전 1호기 수사와 특활비 분배 권한 등을 놓고 여야 법사위 위원 간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 장관이 횡령한 것 아니냐" 시민단체 수사의뢰


한편 추 장관이 검찰 특활비를 돌려받아 장관 활동비로 사용한 것 아니냐면서 수사를 요구하는 의뢰서도 접수됐다.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는 추 장관의 특활비 횡령이 의심된다면서 8일 오전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법세련은 "추 장관이 수사를 위해 쓰여야 할 특활비를 주머닛돈 쓰듯 사적으로 유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법무장관 몫을 미리 떼고 검찰에 특활비를 보내는 관행이 있었다고 한다. 2017년 특활비 논란 당시 법무부는 이 같은 관행은 예전에 사라졌으며 장관 업무추진비를 공식예산에 편성해 따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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