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지사 실형 선고된 이유 '11월9일의 모임' 결정적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임찬영 기자 | 2020.11.06 16:13

[theL] "김경수 앞에서 킹크랩 시연, 댓글조작 승인 받았다" 드루킹 진술 뒤집기 실패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진=뉴스1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을 조종했다는 혐의를 뒤집지 못하고 2심에서도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김 지사가 2016년 11월9일 킹크랩 시연회에서 댓글조작 활동을 승인했다는 드루킹 김동원씨의 진술을 반박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고법 "드루킹 댓글조작, 김경수 용인 하에 이뤄져"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 김민기 하태한)는 6일 김 지사의 드루킹 댓글조작 공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이 부분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김 지사가 2016년 11월9일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헀는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는데, 재판부는 김 지사가 시연회에 참석해고 이 자리에서 댓글조작 활동을 승인했다고 판단했다.

김 지사는 이날 김씨 일당이 사무실로 쓰던 '산채'에서 김씨 일당을 만난 것은 맞지만, 킹크랩 시연회는 물론 킹크랩에 대해서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모두가 예외없이 2016년 11월9일을 향하고 있다. 단순히 2016년 11월9일이 아니라 김 지사가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사무실을 방문한 시간대로 좁혀지고 있다"며 증거를 종합하면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회 참석을 사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먼저 재판부는 경공모 조직원인 '둘리' 우모씨가 킹크랩 개발에 이용한 인터넷 계정의 로그를 근거로 들었다. 로그는 해당 계정의 활동내역을 알려주는 일종의 흔적이다. 우씨가 이용한 계정 로그를 보면 11월4일부터 7일까지 3개의 아이디로 킹크랩이 수행해야 할 매크로 동작을 안정화하는 작업을 한다. 이 작업은 7일 새벽쯤 마무리되고 그때부터 9일 낮까지 로그를 보면 한두 번씩 시험삼아 작동시켜보는 듯한 활동이 보인다. 김 지사가 다녀간 이후부터는 하나의 계정으로 매크로 동작을 세밀화하는 등 본격적인 개발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이러한 개발과정은 합리적이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킹크랩은 한 번에 최소 200개의 계정을 동원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이라 계정이 서로 부딪힌다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계정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게 하려면 먼저 하나의 계정으로 정교한 움직임을 만들고 나중에 여러개의 계정을 추가하는 것이 순서로 보이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 지사 앞에서 시연할 프로토 타입을 먼저 개발해야 했다는 우씨의 진술을 통하면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하다면서 "우씨는 로그가 발견되기 전부터 시연을 했다고 하고, 프로토 타입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정확히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이거 안 하면 대선에서 또 진다" "김경수 고개 끄덕였다" 드루킹 진술 못 뒤집어


드루킹 김씨의 진술도 유죄의 증거가 됐다. 김씨는 김 지사가 두 번째로 산채를 방문한 날 강의장에서 김 지사에게 킹크랩 관련 브리핑을 했다고 옥중노트에 적었다. 김씨는 이날 날짜를 10월로 기억했지만 나중에 11월9일로 확인됐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김씨는 "이걸 하지 않으면 다음 대선에서 또 진다"면서 김 지사에게 "고개를 끄덕여서라도 허락해달라"고 말했고,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여 승인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하는 등 구체적으로 일관되게 진술해왔다.


김씨의 행동에 대해 재판부는 "만일 김씨가 무고한 김 지사를 공범으로 끌어들일 의도로 처음부터 허위사실을 조작하려 했다면 김 지사로부터 구두로 허락을 받았으며 목격자도 있었다고 하는 것이 훨씬 용이했을 텐데도 굳이 브리핑과 시연이라는 일상적이지 않은 이벤트가 있었다고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 측은 김씨 일당이 경찰 수사단계부터 말을 맞추고 자신을 궁지로 몰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서로 입을 맞추고 허위진술을 한 사실은 분명 있으나 거짓, 과장된 진술을 했다고 해서 그들의 진술 전체를 없는 것으로 돌리는 것은 형사재판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 증거에 의하면 김씨가 김 지사에게 킹크랩 브리핑을 했고 프로토 타입을 시연했다는 김씨, 우씨의 일관된 진술을 믿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외에 김씨가 김 지사에게 텔레그램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보고한 '온라인 정보보고' 중 2016년 12월28일, 2017년 3월14일 문서에 '킹크랩'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는 점도 김 지사가 킹크랩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센다이 총영사 공직거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


다만 2심은 1심에서 유죄가 나왔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뒤집었다. 공직선거법 위반은 2018년 지방선거까지 댓글활동을 계속해주는 대신 김씨 일당 중 한 명인 도모 변호사에게 센다이 총영사 직을 제안해 공직을 거래했다는 내용이다.

선거법 위반을 인정하려면 특정 인물을 당선 또는 낙선시키겠다는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특검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는 목적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도 변호사에 대한 인사청탁이 오간 2017년 6월을 기준으로 보면 2018년 지방선거에 나갈 후보조차 특정되지 않았으므로 특정인 당선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 같은 판단을 토대로 재판부는 김 지사의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드루킹 김씨가 징역 3년, 킹크랩을 개발한 둘리 우씨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점을 생각하면 1심의 징역 2년 판단은 적정하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김 지사가 현직 도지사이고 재판에 성실히 참여한 점 등을 감안해 보석 결정을 취소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김 지사는 불구속 상태로 상고심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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