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회 패러다임의 변화와 과학기술 혁신

머니투데이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남북한인프라특별위원장 | 2020.11.09 04:42
국민 1인당 GDP(국내총생산) 3만 달러의 경제 강국. K-컬쳐로 각광받는 매력적인 문화. 코로나 시대의 대표적 모범 방역 국가. 요즘 대한민국 위상을 보여주는 수식어들이다. 불과 반세기 전, 국민 1인당 GDP가 100달러 수준이었으니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이다. 그 배경에 우리 민족의 우수한 능력, 산업·과학기술을 비롯한 사회 전 분야에서의 역할과 노력, 이를 이끌고 뒷받침하는 정책이 있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리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베트남·강소국들은 앞서간 한국의 시행착오를 피해 더 빠른 성장을 쫓는다. 긴 축적의 시간을 가진 선진국들은 더 어려운 상대다. 근대사에서 무기·항해·측량 등의 과학기술과 산업혁명은 많은 국가의 운명과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그들이 전 세계에 심고 축적해 온 경제·과학기술·표준의 우위와 주도권은 아직도 건재하다.

21세기 밀레니엄 시대. 과학기술과 산업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고 있다. 첨단·융합·IT·신수종 등이 강조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도 불린다. 새로운 도전과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면서 우리가 돌아봐야 할 과학기술의 발자취와 시행착오는 무엇일까? 미래를 위해 어떤 혁신이 필요한 것일까?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건설을 예로 들면, 1965년에 단순 시공 하도급으로 시작한 해외건설 산업은 오늘날 우리나라를 건설 산업 글로벌 경쟁력 세계 6위~12위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건설 강국으로 만들었다. 2020년 현재 총 누적 수주액은 8500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영업 이익률이 높지 않고 고부가 가치 부문인 건설 엔지니어링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기술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실패 패널티 때문에 도전을 포기하는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국내 반도체 분야는 1974년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 1983년 64K D램 개발 성공 후 1992년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현재까지 30년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반복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산업의 미래에 대한 확신과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국가R&D 여건은 이와 사뭇 다르다. 실패 위험이 적은 연구 개발에 치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노피어(No Fear)연구’ 프로그램의 적극적인 도입과 함께 실패 패널티 제도에 대한 과감하고 실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분야별 역량 특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기초 과학 분야 외에 건설과 같이 산업과 국민 생활에 밀접한 분야는 학술 논문 성과도 중요하지만 산업 연계나 상용화 성과가 국가 경쟁력에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세계 최초·최고 기술 개발과 실용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를 위해 분야별 특성을 고려한 성과 측정 기준의 탄력성이 필요하다. 정량 평가에 따른 획일성을 경계하고 정성적 가치도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새로운 기술을 열심히 개발할 때 5년이면 국내에서 알아주고, 10년이면 외국에서도 통하고, 15년이면 세계 최고에 오를 수 있다. 글로벌 기술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므로 축적의 시간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제도와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 가령 국가R&D 예산의 20% 정도를 세계 최초·최고를 지향하는 동일한 주제에 10년, 아니 20년 이상을 선택·집중 투자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그동안 갖춰진 양적 기반 위에서 과학기술의 질적 성장, 도전적 연구, 역량 특화, 축적의 시간 확보라는 혁신을 통해, 노벨상을 탈 수 있는 성과, 진정한 초일류 기술, 국가 경제를 받쳐줄 기술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서 세계 일류 국가에 성큼 다가서는 우리의 미래를 손꼽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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