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32년 전 범행을 술술 말했다…화성 초등생 사라진 그날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 2020.11.02 17:11

화성 연쇄살인…유가족에 32년 만에 "죄송하다"

10대부터 70대까지 여성을 강간·살해·유기한 '이춘재 연쇄 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57)가 34년 만에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2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사진=뉴스1
강력범죄 미제사건인 '이춘재 연쇄 살인사건' 진범 이춘재(57)가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의 피해자 유가족에게 32년 만에 사과의 뜻을 밝혔다.

수원지법 제12형사부(박정제 부장판사)는 2일 오후 열린 '이춘재 8차 사건' 재판에서 피의자 이춘재를 증인으로 법정에 소환하고 10건의 연쇄 살인사건과 4건의 추가 살인사건에 대한 신문을 가졌다. 이날 이춘재는 첫 번째 살인사건 이후 34년 만에 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춘재는 9차 사건이 발생하기 약 1년 전인 1989년 7월18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에서 자신이 저지른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법정에서 "당시 산 옆으로 나 있는 도로에서 피해자 김모(당시 9세)양을 만났다"며 "피해자 얼굴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가방을 메고 있었고 손에 신발주머니를 들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하며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이춘재 증언에 따르면 그는 범행 당시 여러 가지 사유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러 산으로 가던 길에 피해자 김양을 만났다. 이후 김양이 이춘재를 보고 도망치자, 자신이 그동안 저질렀던 사건들이 탄로되는 것이 두려웠던 이춘재는 김양을 숲속으로 끌고 갔다.

이춘재는 김양이 소지하고 있던 줄넘기로 김양을 묶었다고 말하면서 "김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그 장소로부터 50m 떨어져 있는 풀이 우거진 곳에 (김양을) 유기했다"고 설명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사진제공=한국일보

변호인 측은 "이 사건으로 유가족들은 여전히 김양의 사망 신고를 하지 않았다.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며 "하지만 어느 날 (이춘재가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하면서 유가족의 어머니는 (김양의) 뼈 한 조각도 찾을 수 없다는 슬픔으로 인해 결국 숨졌다"고 강조했다.

이춘재는 "사건을 벌이고 난 후 나름대로 후회했다. 관계된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며 "제가 자백함으로써 세상에 드러났다.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은 1989년 7월18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 중이던 김양이 실종된 사건으로, 10건의 연쇄 살인사건과 별개로 이춘재가 자백한 4건의 살인사건 중 하나다.

이춘재는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총 14건의 살인사건과 9건의 강간사건을 저질렀다. 그는 그동안 화성연쇄살인사건으로 알려져 있던 10건의 살인사건의 진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수원과 화성, 청주에서 벌어진 추가 살인사건 4건도 이춘재가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춘재는 1994년 1월 충북 청주지역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그는 이날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해, 아직 언론에 얼굴 사진이나 영상 촬영이 허용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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