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변화해야 한다[MT시평]

머니투데이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2020.11.02 03:20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병윤

4대 금융지주가 3/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작년보다 이익이 감소하기는 했지만 시장 기대치보다는 높았다. 은행만 떼어 놓고 보면 4대 은행의 3/4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분기 은행 이익지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은행을 둘러싼 경영환경이다. 우리 경제는 저성장, 저금리, 저출산이라는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는 은행 경영을 매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저성장이 지속되면 은행 돈을 빌리려는 수요가 줄어들어 은행이 이익을 내기 어려워진다. 거기다 저성장으로 부실해지는 기업들이 많이 나오면서 은행 건전성도 악화된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이자이익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저금리가 지속되면 이자마진이 악화되어 은행 수익성이 나빠진다. 저출산은 은행의 수익기반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제가 침체되자 각국이 재정확대와 통화완화 정책을 잇달아 시행하고 있어 저성장․저금리 추세는 앞으로 더욱 장기화⸱고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어려운 경제환경에 더해 은행산업에서는 새로운 경쟁자들이 나타나며 경쟁압력이 커지고 있다. 먼저 두 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나타나 소비자 친화적인 서비스로 새바람을 일으켰고 한 개가 더 생길 예정이다. 혁신기술을 금융에 접목하는 핀테크 기업들도 활발히 시장에 진출하면서 은행과 많은 분야에서 협력도 하지만 경쟁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빅테크(BigTech) 기업들도 금융업에 진출을 늘려가면서 점차 은행과 경쟁하는 분야가 생겨나고 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은행과 경쟁하게 되면 은행들에는 힘겨운 상대가 될 것이다.

당장의 은행 실적은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경제 환경이 좋지 않은 데다 강력한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은행들은 위기감을 가지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뭘 해야 하나? 최근 별세한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다고 한다. 지금의 은행들도 새겨들어야 한다. 바꾸고 변화해야 한다. 과거의 명성에 안주해서는 발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살아남기도 버거워질 것이다.


디지털금융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여기에 맞게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 모든 의사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로 삼아야한다. 관련 인재를 대폭 충원 하고 고객데이터의 체계적인 수집과 분석 등 관련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은행 지점은 비용 요인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강점이 될 수도 있다. 온라인만으로는 충족시키기 어려운 대면 고객서비스를 개발해 고유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하다. 빅테크와의 제휴, 협업 등도 활발히 추진해서 서로의 장점을 활용한 시너지를 도모해볼 수도 있다.

해외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볼 필요가 있다. 진출국 선택에는 여러 조건이 있겠지만 우리와는 달리 저성장, 저금리, 저출산이 심각하지 않은 나라를 찾아보는 전략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결국은 고객이다. 고객의 마음을 사는 것이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이다. 은행업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데에는 디지털이냐 아날로그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은행들의 오랜 경험에 답이 있을 것이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진제공=금융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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