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추미애식 검찰개혁…번지는 '커밍아웃'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0.10.30 18:42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위촉식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2020.10.30/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이틀간 200명 가까운 검사가 '커밍아웃' 했다. 함부로 입을 뗐다가 '반(反)개혁 세력'으로 낙인찍힐까 숨죽였던 검사들이 벽장 바깥으로 나와 목소리를 내는 모양새다. 커밍아웃 행진에 합류한 검사들은 한목소리로 '정치가 검찰을 덮는' 것에 검찰개혁이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고 있다.
시작은 일선 검사의 작심 비판이었다.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합동 감찰을 지시한 다음 날,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검찰 개혁은 그 근본부터 실패했다"며 "그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 침해를 우려한 목소리였다.

이튿날 추 장관은 이 검사의 비판에 '좌표 찍기'로 답을 대신했다. 추 장관은 이 검사의 비위 의혹이 담긴 기사를 공유하며 "이렇게 커밍아웃(정체성 공표)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응수했다. 기사에서 이 검사는 동료 검사의 약점 노출을 막기 위해 피의자를 구금하고 면회를 막는 등 무리한 수사를 한 장본인으로 등장했다.

추 장관은 이 검사의 문제 제기에는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자신을 비판한 검사를 '개혁 대상'으로 공개 저격했다. 추 장관의 공개 저격에 온라인에서는 "적폐 검사가 검찰개혁에 저항한다"는 공격이, "검찰이 자성 없이 성만 낸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정치 중립 훼손'이란 메시지는 사라지고 '적폐 프레임'만 남은 셈이다.

검사들은 반발했다. 이 검사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 개혁의 가장 핵심적 철학과 기조가 크게 훼손됐다"며 우려를 표한 것이 '개혁'과 무슨 관계냐는 것이다. 검사들은 "저 역시 이 검사와 같은 생각이므로 커밍아웃한다"며 손을 들었다. 공감 댓글 행진은 이틀 만에 150명을 훌쩍 넘어 200명에 가까워졌다.

그동안 숨죽였던 검찰 내부 목소리가 일순간 쏟아진 것은, 열 달 동안 침묵하며 참아 온 검사들의 분노가 임계점에 이르렀기 때문일 것이다. 추 장관은 지난 4차례의 검찰 인사에서 정권에 비판적 검사들을 좌천시키고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만 승진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인사 과정뿐만 아니라 검·경 수사권 조정과 직제개편 추진 등에서 검찰 의견을 패싱했단 지적도 있었다.


최근엔 여당과 함께 설익은 의혹을 앞장서 부풀리며 부적절한 수사지휘와 감찰을 쏟아냈단 비판도 받았다. 법조계 안팎에서 '정부 여당의 이해관계에 맞춘 예외적 권한 행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그가 장관이 아닌 정치인으로서 '도구적 검찰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검사들은 추 장관의 행보에서 정치인의 '정체성'을 엿봤을지도 모른다.

추 장관은 이러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검찰개혁을 방패로 대응해왔다. 정권에 순응하지 않고 비판적인 검사들은 '반개혁 세력'으로 악마화됐다. 하지만 낙인을 불사하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검사들은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개혁을 구실로 검찰이 정치에 덮이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외침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진정한 개혁이다. 검찰권 남용 방지뿐만 아니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또한 꼭 지켜야 할 검찰개혁의 정체성이다. 검찰 안팎에서 정치적 중립성 침해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추 장관은 개혁-반(反)개혁의 이분법적 편 가르기가 아닌, 진지한 답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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