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대결 국민연금의 잇단 패배…LG화학 분할도 못막았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김성은 기자 | 2020.10.30 11:02

삼광글라스 분할·합병안, LG화학 배터리 분할안 모두 패배

국민연금공단 전경 / 사진제공=국민연금공단

777조원이라는 막대한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주주권 행사에 나서고 있지만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잇따라 패배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LG화학은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배터리 사업부문의 물적분할 안건을 82.3%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이날 주총에는 약 5971만주(보통주+종류주 합산, 이하 동일)의 지분을 가진 주주들이 참석(전자투표 참가자 포함)했고 이 중 약 4911만주 지분을 쥔 주주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물적분할과 같은 사업부문 분할은 주총 출석주주 3분의 2, 발행주식 총 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결의 사항이다. 일반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출석주주 과반과 발행주식 총 수의 4분의 1만 찬성하면 되는 것에 비해 훨씬 엄격한 요건을 부여한 것이다.

지난달 이번 LG화학의 주총은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 선언을 했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끌었다. LG화학의 주가를 지난해 말 31만7000원에서 올해 한 때 76만8000원(9월3일, 종가 기준 올해 고점)까지 밀어올린 근본이유가 배터리 사업부문의 가치에 있었던 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도 컸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LG화학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902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2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8.7% 증가한 수치로,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57.8% 늘었다. 이번 영업이익은 석유화학·배터리·첨단소재·생명과학 등 전 사업본부에서 고른 실적 호조세를 보인 결과로 추정된다. 사진은 12일 LG화학 본사가 입주해있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2020.10.12/뉴스1

결과적으로는 국민연금의 '나홀로 반대'였다. 이날 출석 주주 5971만주 중 국민연금 보유 주식(약 805만주)를 제외하면 5166만주 주주들이 남는데 이 중 255만주의 지분만이 국민연금과 함께 반대표를 던졌던 것이다.

국민연금의 패배는 최근에도 있었다. 지난달에도 국민연금은 삼광글라스, 이테크건설 투자부문, 군장에너지 3사간 분할·합병안에 대해 "합병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합병비율, 정관변경 등을 고려할 때 삼광글라스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 때의 분할·합병안 역시 사측의 의도대로 통과됐다.

한편 국민연금이 반대표 행사를 선언하며 표대결에 나서서 실제로 그 의견이 통과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560개 기업의 3949개 안건 중 648건(16.4%)에 대해 반대했는데 반대안건 중 실제 부결된 건수는 11건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11건 중 4건은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던 것이었고 7건 정도만 실제 표대결이 이뤄져 국민연금의 뜻대로 반대의사가 관철됐다. 100전 99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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