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에서 나가!" 공사장 트럭 막아선 '현대판 공룡'

머니투데이 최연재 기자 | 2020.10.30 06:25
인도네시아 린카섬의 한 리조트 공사 현장에서 트럭 한 대와 코모도왕도마뱀이 대치를 이루고 있다./사진제공=트위터

지난 주말 인도네시아 린카섬의 한 리조트 공사 현장에서 트럭 한 대와 코모도왕도마뱀이 대치 중인 장면이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져 화제가 됐다.

사진 속 코모도왕도마뱀은 마치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공사차 진입한 트럭과 그 위에 탄 인부들을 막아서는 듯한 모습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큰 파충류인 코모도왕도마뱀은 현대판 공룡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사진 한 장은 인간이 코모도왕도마뱀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주말 동안 #코모도구하기(#SaveKomodo) 해시태그 달기 운동이 온라인에서 시작됐다. 또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주도로 리조트 개발을 취소하라는 국민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는 린카섬의 관광 유치를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쥐라기 공원'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코모도왕도마뱀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모여들자 정부는 이들을 관광 산업에 활용할 방안 찾은 것이다. 이후 정부는 코모도섬을 폐쇄하고 섬 주민 2000명을 다른 섬으로 이주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또 정부는 코모도섬 관광객에게 한 사람당 1000달러(약 120만 원)를 받는 것까지 구상을 완료했다. 나름 서식지 보호를 위해 대규모 관광은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정부는 코모도왕도마뱀이 많이 서식하는 린카섬 국립공원의 일부를 대규모 상업 단지로 개발하는 사업계획도 내놔 서식지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제공=트위터

동물 보호 단체 '세이브 코모도 나우'는 "코모도왕도마뱀들은 이번에 처음 엔진 굉음과 매연을 경험했을 것"이라며 '쥐라기 공원' 프로젝트는 생태계 보존을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 보호가 그레그아피오마도 BBC에 이번 개발은 동물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거대 개발은 동물 간의 교류를 방해하고 그들의 서식지를 바꿔놓는다"고 경고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파충류로 알려진 코모도왕도마뱀은 현재 인도네시아 동부 일부 섬에 약 3000마리 정도가 남아 있다. 그중 1700마리가량은 코모도섬에, 1000마리는 린카섬에 살고 있으며, 해당 리조트 공사 현장에 자주 출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코모도구하기 운동과 관련해 이미 사진을 검토했으며, 공사로 피해를 본 왕도마뱀은 없다고 BBC에 전했다. 인도네시아 환경산림부 위랏트로 국장도 "피해를 입은 왕도마뱀은 없다"며 "섬 내 안전 규칙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할 인력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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