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보내는 편지[MT시평]

머니투데이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이사 | 2020.10.30 02:11
아들아, 잘 지내지? 청명한 가을날씨지만 건강이 더 걱정인 요즘이구나. 지난 추석에 네가 아빠가 생각하는 네 배우자가 어떤 사람이면 좋겠냐고 했을 때 솔직히 좀 당혹스러웠단다. 우리 아들이 이제 결혼을 이야기할 나이가 됐구나 하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어.
 
아빠가 생각하는 배우자의 덕목은 먼저 지혜로운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야. 많이 배워 지식이 많은 것보다 지혜로운 사람이어야 해. 세상엔 학벌은 좋지만 지혜롭지 못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거든. 두 번째는 착한 사람이어야 해. 어쩌다 착하다는 말이 바보 같다는 소리로 들리는 세상이 됐지만 착한 사람과 같이 살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늘 행복할 수 있어. 본성이 악한 사람이 있겠냐 만은 착하지 않은 사람과 인생을 살면 네 주위의 모든 사람과 멀어진다는 것을 꼭 명심해. 세 번째는 밝고 건강해야 해. 만약 네 배우자가 늘 어둡고 신경질적이면 네 인생 역시 어두워질 것이고 짜증 나는 인생이 될 것이야. 그리고 건강은 너무나 중요해. 너와 네 배우자가 병을 달고 산다면 네 자식에게도 좋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지고 집안은 온통 우울해질 거야. 마지막으로 미모는 네 판단의 몫이지만 사랑하게 되면 다 예뻐 보이는 게 사람의 마음이니 크게 걱정은 안 한다.
 
이왕 미래 배우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앞으로 네가 명심해야 할 경제생활에 대해서도 몇 마디 하려고 해. 아빠가 늘 이야기하지만 저축 시대는 가고 투자 시대가 이미 와버렸단다. 저금리 시대엔 저축만으로는 돈을 모을 수가 없어. 그러나 출발은 어느 정도 저축이 필요해. 투자할 종잣돈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지. 그리고 종잣돈이 만들어지면 적어도 3년 이상 장기투자하고 네 소득의 30% 정도는 인덱스펀드와 같은 잘 분산된 상품에 적립식으로 매달 꼬박꼬박 투자하면 처음엔 콩이 한 바퀴 구르지만 나중엔 호박이 한 바퀴 구르는 형국이 될 거야.

 
이 세상의 부자엔 세 가지 종류가 있지. 부모에게 상속받은 ‘원래 부자’, 로또와 같은 행운을 만난 ‘벼락부자’, 본인의 노력으로 일궈낸 ‘자수성가형 부자’ 그런데 미안하게도 넌 부자가 아닌 아빠를 만나 ‘원래 부자’는 애초부터 안 될 것 같아. 그리고 대박이 터져 행운을 좇는 ‘벼락부자’는 아예 꿈도 꾸지 말기 바란다. 대박은 하늘의 몫이지 네 몫이 아니란다. 차라리 ‘소박’이 더 소중해. 소박은 본인 노력의 결과물이기 때문이지. 소박을 계속 쌓다 보면 대박보다 더 커질 거야. 결국 네가 지향할 것은 워런 버핏과 같은 자수성가형이지. 올해 90세의 버핏은 12세 때 주식 3주를 사는 것으로 투자를 시작해서 100조원 넘는 부자가 됐어. 부자가 되는 데 무려 78년이 걸렸고 그 재산의 90% 이상이 60대 이후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해.
 
그런데 꼭 명심할 것은 소위 ‘영끌’은 절대 하지 말 거라. 영혼까지 끌어와서 투자하면 네 영혼이 망가질 거야. 요즘 ‘빚투’라고 빚 내서 투자하는 젊은이가 많다고 하던데 그거야말로 한 번에 거지가 되는 확실한 지름길이란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은 부동산 같은 실물투자에 한정하는 것이 좋단다. 그것도 투자액의 50% 이상은 꼭 네 돈이어야 하고 이자는 월소득의 20%를 넘어서면 위험수위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 요즘 아침 저녁으로 많이 쌀쌀하구나. 늘 건강하고, 다음에 또 좋은 이야기 나누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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