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유명희를…WTO 사무총장 선출 '진통 예고'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 2020.10.29 12:00
다음달 초로 예상됐던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선출이 내년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종 후보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두고 회원국 간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다.

WTO 사무총장 후보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사진=AFP


"유명희 포기 못해" 선언한 미국


28일(현지시간) WTO 회원국 선호도 조사에서는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아프리카, 남미를 등에 업은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163개국 가운데 104개국의 지지를 받으며 유 본부장을 크게 앞선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WTO는 이날 회의에서 회원국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내달 초 총회를 열어 차기 사무총장을 공식 확정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간밤 차기 사무총장으로 유 본부장을 지지하고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USTR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WTO의 다음 사무총장으로 한국의 유명희 본부장을 지지한다"면서 "분쟁 해결 체계가 통제 불능이고 기본적인 투명성의 의무를 지키는 회원국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실전 경험이 있는 진짜 전문가가 WTO를 이끌어야 한다. 유 본부장은 통상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이며 WTO를 효과적으로 이끄는 데 필요한 모든 기량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하는 WTO 사무총장 선출 일정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유 본부장으로선 막판 대역전을 노릴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미국인을 두고 왜 미국은 유명희를?


나이지리아 출신인 오콘조-이웰라 후보는 2019년 미국 시민권을 부여받은 이중국적자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WTO 차기 수장으로 유 본부장을 지지해왔다. 특히 USTR을 이끄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유 본부장을 전폭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 본부장처럼 실무 경험이 많고 전문성이 뛰어난 후보가 WTO를 이끌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또 라이트하이저 대표를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 내 보호무역주의자들은 오콘조-이웨일라 후보가 세계은행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친무역 국제주의자들과 지나치게 가깝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 갈등도 미국의 입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는 "나이지리아는 중국의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다"면서 "미국은 중국이 WTO에서 목소리를 키우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WTO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용인하고 있다며 WTO 개혁을 요구해왔다. 또 WTO의 상소기구 위원 선임을 막아 WTO의 분쟁 해결 기능도 사실상 마비시켰다.



WTO 사무총장 선출 내년으로?


블룸버그는 WTO 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둘러싼 교착상태가 수개월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무대에서 입김이 가장 센 미국이 오콘조-이웰라 후보에 반기를 든 만큼 내달 9일로 예정된 WTO 총회에서 전원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WTO 총회에서 만장일치가 나오지 않을 경우 회원국들이 투표를 통해 과반을 얻은 후보를 선출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오콘조-이웰라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지만 25년 WTO 역사상 전례없는 일인 데다 컨센서스를 기반으로 한 WTO 체제가 손상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다만 내달 3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고 회원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이 방법도 고려될 가능성이 있다.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엔 상황이 또 달라질 수 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이 승리한다면 WTO 총회가 내년으로 연기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정권교체 땐 미국 행정부 내 기류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WTO가 사무총장 선출을 바이든이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 이후로 미룬 뒤 만장일치 합의를 추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바이든이 당선해도 USTR 대표를 임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받기까지 몇 달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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