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형 테스형 소크라테스형![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 2020.10.29 10:30

[웰빙에세이] 빼기:道 -4 / 세상을 묻고, 사랑을 묻고, 세월을 묻는 너는 누구냐?




테스형,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카리스마 넘치는 일흔세 살의 노장 가수 내훈아. 그가 테스 형에게 묻는군요. 소크라테스 형에게 묻는군요.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사랑은 또 왜 이래? 세월은 또 왜 저래?”

테스 형은 뭐라고 답할까요? 그야 “너 자신부터 알라”고 하겠지요. 테스 형이 답합니다.

“세상을 묻지 말고, 사랑을 묻지 말고, 세월을 묻지 말고, 너 자신부터 물어라. 세상을 묻고, 사랑을 묻고, 세월을 묻는 너는 누구냐? 그런 너부터 물어서 너부터 알아라. 그러면 세상을 알고, 사랑을 알고, 세월을 알리라. 너는 더 이상 세상을 묻지 않고, 사랑을 묻지 않고, 세월을 묻지 않으리라. 너를 아는 그 순간에 그 모든 질문이 사라지리라. 수증기처럼 증발하리라. 너는 너를 옭아맨 수백수천 가지 질문에서 해방되어 깃털같이 가벼워지리라. 바람처럼 자유로워지리라. 그러니 부디 너 자신부터 알라. 너 스스로 답이 되라.”

테스 형은 이렇게 간절하게 “너 자신을 알라”고 당부하는데 아,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요? 나는 누구인가요?

나는 누구인가? 오로지 이 한 가지 질문을 평생의 화두로 삼았던 인도의 유명한 명상가가 있지요. 라마나 마하리쉬(1879~1950)입니다. ‘침묵의 성자’라 불렸던 그에게도 이것저것 묻는 이가 많았습니다. 테스 형에게 묻듯 리쉬 형에게도 물은 거지요. 살짝 보시지요.

- 왜 나를 깨달아야 합니까?
= 나를 깨닫는 것은 그 자체가 최종 목적입니다.
- 제 말은 나를 깨닫는다고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 당신은 지금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군요. 나를 깨달으면 그런 불만족이 끝납니다.


- 이 세상을 바꾸는데 제가 일조할 수 있습니까?
= 먼저 당신 자신을 바꾸십시오.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 저는 세상에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할 수 없을까요?
= 먼저 당신 자신에게 좋은 일을 하십시오. 결국 당신도 세상의 일부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깨닫도록 마하리쉬가 가르친 방법은 간단합니다. 네티 네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 예컨대 이런 식이지요.

뼈와 살로 이루어진 이 몸은 내가 아니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는 다섯 가지 감각기관은 내가 아니다.
생각하는 마음도 내가 아니다.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도 내가 아니다.
이 모든 것들을 ‘내가 아니다’고 부정하고 나면 그것들을 지켜보는 각성만이 남는다.
그것이 바로 나다.

거짓된 것을 하나씩 걷어냄으로써 진실된 것을 드러내는 소크라테스 식 대화법과 아주 비슷하군요. 네티 네티! 나는 몸이 아닙니다. 느낌도 아닙니다. 생각도 아닙니다. 마음도 아닙니다. 내가 몸이 아니고, 느낌도 아니고, 생각도 아니고, 마음도 아님을 아는 그 알아차림, 그 각성이 바로 나입니다. 내 몸과 마음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맑은 의식이 곧 나입니다.

과연 그런가요? 나는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뺄셈이 좋습니다. 내가 더해온 것들이 부질없음을 알았기에. 그것들을 뺄 때마다 진짜 내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기에. 뺄셈을 할 때마다 숨 막히는 삶에 숨통이 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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