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 대주주 양도세 요건에 반대 의견 커지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 2020.10.29 15:35

[같은생각 다른느낌]세수 증가 고집 말고 주식투자자들의 불만에 귀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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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 완화를 앞두고 세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7년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대주주 요건이 현행 종목별 주식 보유액 기준 10억원 이상에서 내년 4월부터 3억원 이상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올해 연말 기준으로 결정된 대주주는 내년 4월 이후 해당 종목 양도차익의 22~33% 양도세(지방세 포함)를 부담해야 한다.

논란이 발생한 것은 크게 2가지이다. 하나는 개인별이 아닌 가족합산 기준이며 다른 하나는 10억원 기준의 유지 여부다.

22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족합산은 개인별 기준으로 변경 검토하겠지만 3억원 이상 기준은 예정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에도 대주주 기준을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내렸으나 시장 영향이 제한적이었으며 이미 2년 반 전에 국회와 협의를 거쳐서 시행령이 개정됐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여야 의원,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많은 주식투자자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애초부터 투자금액 산정을 개인별이 아닌 직계존비속까지 포함한 것은 현실성이 떨어졌다. 특수신분관계의 주식투자 금액을 합산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의도였으나 핵가족화되는 사회에서 가족들의 투자 종목까지 일일이 체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정부에서도 개별과세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국회에서는 아예 법률로 규정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대구 동구갑)이 대표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대주주 요건 시가총액 금액 기준에 대해 가족 등을 제외한 주주 1인으로 명확히 하고 적정 범위로 정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또한 대주주 10억원 요건을 유지하자는 주장이 각계에서 쏟아졌다. 22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서울 노원구갑)은 “대주주 요건 완화 방침은 매년 12월 집중적인 순매도를 보이는 연말효과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대주주 요건이 지난 2018년 25억원에서 15억원으로, 2020년부터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하향됨에 따라 요건 변경 직전해인 2017과 2019년 12월 개인 순매도 금액이 평년 12월보다 3~5배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했다.

야당은 대주주 요건 완화 반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 추경호(대구 달성군) 의원은 “대주주 요건을 법률에 명시하는 한편 합산과세제도를 폐지하고 주식의 보유금액 기준을 기존 10억원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부 내 다른 견해도 있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정부 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금융위원회는 주식 보유액 기준 하향을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3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한 방침의 철회를 촉구하는 규탄 집회를 열었고 홍 부총리의 해임을 요구했다. 지난 2일 마감된 국민청원에는 “2023년부터 주식양도세 전면 과세가 시행되는 만큼 기존 10억원을 유지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에 21만명이 넘게 동참했다. 그리고 27일 기준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에도 20만명이 넘는 국민이 동의했다.

이처럼 기획재정부를 제외한 여야, 관계, 주식투자자들이 대주주 요건 완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그동안 힘들게 올라간 증시가 폭락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올해 말 기준으로 대주주 요건 3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주주들은 내년 양도세 부담을 피하려면 연말까지 강제로 매도를 해야 한다. 매도 물량의 증가로 주식 하락세가 예상되면 소액주주까지 추가 매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10월 이후 국내 증시는 약세장을 못 면하고 있다.

이미 경제규모가 커지고 주식시장 자금 유입이 커진 상황에서 3억원 기준이 적정한지도 의문이다. 올해 코로나 사태로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깊어진 상황에서 갈 곳 없는 유동자금이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다시 회귀하기 시작했다. 어려움이 예상됐던 국내 주식시장을 부양한데는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들의 투자가 큰 힘이 됐다. 기업들도 어려운 환경에서 주식시장 활성화는 자금 조달에 도움이 됐다. 지난달 28일 이재명 경기지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부동산에 흘러가는 자금과 기업자금수요에 도움이 되는 주식투자자금을 동일하게 취급하면 안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런데도 홍 부총리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균형재정 환상에서 못 벗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전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수십조에서 수백조원의 자금을 쏟아 붓고 적자재정으로 가는데도 기획재정부는 재정적자 타령으로 일관했다. 이번 대주주 요건 완화 강행도 증시 부양보다 세수를 늘리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균형재정을 이루겠단 목표와 일맥상통한다.

또한 이미 정해진 일정을 되돌릴 수 없단 주장은 법적 안정성과 예측성을 담보하는 측면에서 타당하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긴급 재난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줄이고 세수를 늘린다면 오히려 원활한 자금흐름을 막아 경기침체와 세수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특수한 상황에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투자와 자금조달 측면에서 증시 부양이 절실한데 굳이 대주주 요건 완화를 고집하는 것은 지나치게 관료적이며 도식적인 발상이다. 2023년부터 주식 양도세 전면과세가 시행되는 만큼 그때까지 현행 제도를 유지해도 큰 무리가 없다. 지금은 2년간 대주주 요건을 유지해 증시를 부양하는 것이 세수 증가보다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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