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별세, 삼성총수는 이미 이재용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 2020.10.25 14:55

[이건희 회장 별세]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참관을 위해 방중했던 생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0년 11월17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25일 타계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법리적으로 이미 2017년 5월 그룹 총수 자리에서 내려왔다. 진작에 삼성그룹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라는 얘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을 지정하면서 삼성그룹 동일인(총수)를 고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바꾼 것이다.

동일인이란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로, 공정위가 매년 5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지정할 때 기준이 되는 개인이나 회사(법인)를 의미한다. 공정거래법은 동일인을 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로 규정한다. 2017년까지만해도 동일인 변경은 사망 이후에 이뤄졌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을 정점으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통해 삼성그룹을 지배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공정위는 여전히 고 이건희 회장이 미래전략실을 통해 삼성그룹을 지배했다고 판단, 동일인 지위를 유지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김상조 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초대 공정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삼성그룹 동일인 지정 변경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고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10일 갑작스런 호흡곤란과 심근경색 증상으로 쓰러져 병상에 누워있던 터라, 동일인 변경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높았다.

결국 공정위는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해 삼성그룹 동일인을 변경했다. 그전까지 총수 사망 이전에 동일인이 바뀐 사례는 단 한번도 없었던 이례적 결정이었다. 삼성그룹과 함께 롯데그룹에 대해서도 와병중이던 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대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변경 지정했다.


당시 시장감시국장이었던 신봉삼 현 공정위 사무처장은 "시행령 해석에 따르면 지분 요건의 경우 동일인과 친족을 합쳐서 30% 이상 최대 출자자이거나 사실상 지배를 해야 하지만 삼성전자 같은 회사는 이재용이나 이건희나 지분 요건에 따르면 동일인에 해당하지 않았다"면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조직변경, 임원변경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 사실상 지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과 롯데그룹의 동일인 변경 논란은 국내 대기업 집단 정책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반증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해선 동일인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동일인을 지정해야 대기업 지정도 가능한 '동전의 양면'이다. 독일과 일본에도 기업집단이 존재하지만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는 없다. 따라서 동일인 제도 역시 없다.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한 것인데, 국내 기업의 경우 총수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던 만큼 이들에 대해 규제를 해야 경제력 집중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로 여지껏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동일인 지정에 공정위의 자의적 판단이 과도하게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동일인은 해당 기업집단이 지정을 요청하거나 공정위가 직권으로 지정한다. 물론 기업집단에서 특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을 하더라도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다른 이를 동일인으로 지정하기도 한다.

동일인을 지정할 때 지분율(정량평가) 뿐 아니라 임원 선임 등 주요 경영활동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배력'(정성평가)도 함께 본다는 이유에서다. 2018년 이해진 GIO(글로벌 투자책임자) 동일인 변경 요청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 GIO는 네이버 지분은 없지만 그룹 의사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공정위가 직권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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