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무취? 실용과 중도로 짜인 ‘타협없는 정치 9단’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20.10.24 06:10

[따끈따끈 새책]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36년의 상원의원, 8년의 부통령, 3번의 대선 도전

우리에게 그나마 많이 알려진 그의 스토리는 대부분 개인사다. 최연소로 상원의원에 당선되기 무섭게 아내와 딸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대선에 나갔을 땐 뇌동맥류로 쓰러지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조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처럼 확실히 각인된 공격적 캐릭터나 케네디나 클린턴처럼 스마트한 이미지도 없는 무색무취 스타일로 평가되곤 한다.

하지만 경력에서 보듯 그는 36년의 상원의원과 8년간의 부통령직을 수행했고, 7명의 대통령을 거쳐 대선에 3번이나 출마한 ‘정치 9단’의 거물이다. 그를 수식하는 문장은 ‘균형잡힌 실용주의’다.

바이든은 36년의 상원의원 재직 내내, 이념에 집착하지 않는 실용적 중도 성향을 고수했다. 이념에 입각한 대의명분을 따르기보다 현실적 문제를 고려했고 정치적 편의주의와 당파주의에 휩쓸리지 않고 정치적 충성이 아닌 자신의 원칙에 따라 표를 던졌다.

대법원의 낙태 불법화 판결에 따른 새로운 낙태 법안과 인종 분리 철폐에 따른 강제 버스 통학 문제에서 중도적 입장을 지킨 것은 바이든의 정치 신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중도 성향 때문에 바이든은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공격받았지만 자신의 정치 신념과 철학을 포기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7명의 대통령과 일하면서 대통령의 위치와 역할을 눈여겨봤고 대통령의 권력 남용과 협치의 중요성이 무엇인지도 간파했다. 점점 심화하는 미국의 정치적 분열과 행정부의 일방통행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능력자로서 기대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셈이다.


책은 미국의 대외정책, 특히 대북관계에서의 바이든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도 소개한다. 부시 대통령이 “당신(바이든) 친구 김대중이 왜 그렇게 화가 나 있느냐”고 묻자, 바이든은 “햇볕 정책은 실패라고 당신이 인정사정없이 그에게 말해서 그를 난처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게 그가 화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한다.

대북강경책을 주장한 부시 대통령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모습은 실용주의 중도 성향의 또 다른 증거인 셈.

바이든은 대통령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대통령의 역할을 이야기하면서 준비된 대통령을 강조한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보다 세계 최강대국에 걸맞은 미국의 책임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믿는다. 또 국민이 건강과 공평한 기회를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고 포부를 밝힌다.

78세라는 최고령 후보가 던지는, 여전히 생생히 숨 쉬는 언어는 왜 유권자들을 소리 없이 끌어들이는지 증명한다.

“나는 편의보다 지적 동의와 개인적 원칙을 우선으로 삼는 바람에 힘든 길을 걸었다. 그렇지만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나는 내 직감을 믿으며, 어느 한쪽 편에 서기 어렵게 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는다.”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 나의 삶, 신념, 정치=조 바이든 지음. 양진성, 박진서 옮김. 김영사 펴냄. 584쪽/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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