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스코어보드-복지위]독감백신 국감, 정쟁을 막은 '진정성'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 2020.10.22 23:32

[the300]22일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등 감사 대상기관 전체 종합감사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등 감사 대상기관 전체 종합감사 대상의원. 강기윤(국힘), 신현영(민), 강선우(민), 서영석(민), 남인순(민), 이용호(무), 정춘숙(민), 최혜영(민), 허종식(민), 고영인(민), 권칠승(민), 김미애(국힘), 김원이(민), 백종헌(국힘), 서정숙(국힘), 이종성(국힘), 최연숙(국당), 최종윤(민), 인재근(민), 김민석(민-위원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독감(인플루엔자)백신 접종 이후 사망 사례가 속출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져가는 상황. 22일 종합감사를 진행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관심도 온통 독감백신에 쏠렸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조차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 상황에서 속 시원한 질의 답변은 불가능했다. 철저한 원인규명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지만 비슷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 비슷한 질문, 반복될 수 밖에 없는 답변이 이어졌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접종중단·전수조사'를 요구했다. 자칫 '정부 책임론'만 키우며 정쟁으로 흘러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2. photo@newsis.com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강기윤 의원은 '뻔한 질의'가 아니라 사망 원인을 밝혀내려는 시도로 독감백신 이슈를 주도해 눈길을 끌었다. 야당의 전형적인 '무조건 꾸짖기'가 아니라 충분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근거 있는 꾸짖기'로 전수검사 필요성을 뒷받침했다.

강 의원은 질의 도중 바이러스 전문가인 서상희 충남대 교수와의 인터뷰 녹취 파일을 공개하며 "백신 안에 톡신, 균의 양이 달라서 건강한 사람도 톡신 양이 많은 백신을 맞으면 급사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또 신성약품 상온노출 사고 등을 볼 때 유통과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이상이 없다'고 한다고 국민들이 백신을 맞겠나. 신성약품이 유통한 백신 539만개를 전수검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질병청도 놓치고 있던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사례 누락 사실을 밝혀내 좋은 점수를 받았다. 신 의원이 공개한 '최근 10년간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사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는 최소 35건이다.


앞서 질병청은 이 기간 사망자를 25명이라고 발표했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서 별도 집계하고 있는 사망 보고사례 17건이 새롭게 확인된 것이다. 이 가운데 중복 사례 4건이 포함돼 있고 3건은 중복 여부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신 의원은 "이는 의약품안전관리원이 관리하는 유료 백신과 질병청이 관리하는 무료 백신의 이상사례를 합친 것"이라며 "식약처와 질병청 간 통합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등 피감기관 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2. photo@newsis.com


독감 백신이 이슈를 집어삼킨 와중에도 마지막 종합감사까지 철저한 준비로 충실한 질의에 나선 의원들도 주목 받았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치매전문병동, 장애친화 산부인과, 발달장애거점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 등 사회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췄다. 참고인을 불러 대기간호사 문제의 원인과 대책도 꼼꼼히 파헤쳤다.

같은당 서영석 의원도 국감 준비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서 의원의 '무기'는 의료인 업무범위 체계, 대체조제(동일성분제제) 제도 개선 방안, 의료 리베이트 개선방안 등 다양한 주제와 관련 직접 실시한 설문조사였다. 서 의원은 이를 바탕으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퀴즈'를 내며 주목도를 높였다. 동시에 "현행 의사 중심 업무범위 해석의 문제점이 많다. 이제는 현장에 맞게 보건의료인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협업, 분업이 존중되는 보건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2. photo@newsis.com

한편 이날 복지위는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와 관련 매섭게 보건당국을 몰아붙이면서도 감사 도중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돌려보내는 결정을 했다. 백신정책을 총괄하는 정 청장이 한시 빨리 현장에 복귀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전념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사망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과 백신 간 연관성은 없다고 판단한다", "접종중단은 적절치 않다"는 의미 없는 답변 되풀이를 막은 셈이다. 정 청장이 자리를 떠난 뒤 의원들의 질의는 보다 다양한 주제로 진행됐다.

김민석 위원장은 전체 국감을 끝내며 "코로나19(COVID-19)로 전혀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는 시점에 방역의 모든 문제를 가장 일선에서 다루는 집중적 논의의 장이 이곳이었다"며 "감사하는 의원도 피감기관도 역사적 경험이 됐을 거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야 의원들을 보며 즐거운 헷갈림을 경험했다. 정파를 넘어서 머리를 함께 맞대는 감사의 시간이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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