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야당 "독감백신 잠정중단"…정은경 "맞는게 더 안전"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최태범 기자, 김근희 기자 | 2020.10.23 05:00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2. photo@newsis.com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대한의사협회와 국민의힘 등 정치권이 22일 국가 예방접종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원인 규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지난 19일 첫 사례가 나온 이후 20일 4명, 21일 10명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4시까지 추가로 9명이 발생해 누적 25명을 기록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그러나 예방접종을 중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망과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예방접종은 적정 시기가 있어 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이유다.


-정은경 "독감 사망자 한해 3000명...백신 접종 계속해야"-


정 청장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접종을 며칠 연기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있느냐’는 질문에 “예방접종에는 적정 시기가 있다. 그 부분을 고려하면 접종을 일정기간 중단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정 청장은 ‘어느 정도의 사망자가 나와야 중단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기준은 없다. 어제 오늘 신고된 사례를 신속히 조사해 판단하겠다”고 했다. 그는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한해 3000명 가까이 된다는 점을 들며 “반드시 접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질병청은 독감 백신의 항체 형성시기(2주)와 11월 독감 유행시기를 고려하면 예방접종사업을 더 늦추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적어도 11월초까지는 예방접종을 완료해야 백신의 효과성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청은 코로나19(COVID-19)와의 동시 유행을 우려해 예년보다 한 달 앞당겨 예방접종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상온노출·백색입자 문제가 잇따라 터지면서 예상했던 접종 일정보다 다소 늦어졌다.

정 청장은 “현재까지 사망자 보고가 늘어나긴 했지만 예방접종과 사망의 관련성은 상당히 낮다. 예방접종을 중단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질병청과 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백신 제품이나 독성 문제로 인한 사망은 아닌 것으로 전문가들도 판단하고 있다”며 “의무기록 조사와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찾고 인과관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2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유정란'이 사망 원인?...“독성검증 이미 통과”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등 피감기관 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2. photo@newsis.com
일각에선 사망 원인이 백신 원료가 되는 ‘유정란의 톡신(독성물질)이나 균’ 때문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에게 자문 받은 결과에 따르면, 독감 바이러스를 유정란에 넣어 배양할 때 유정란 내 톡신이나 균이 기준치 이상 존재하면 사망에 이르는 쇼크를 발생시킬 수 있다.

서상희 교수는 2009년 5월 세계최초로 유전자 재조합 기법을 이용해 독성이 없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신종 인플루엔자(H5N1) 인체백신을 개발하는 등 바이러스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서 교수는 “유정란 톡신이나 균이 자극 또는 선행요인으로 자가면역계에 영향을 미쳐 몸의 정상조직을 공격하거나 그 자체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 세포 배양 때도 배지(미생물 발육을 위한 영양물질)상 균이 자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 청장은 “독감 백신은 계란 유정란 배양과 세포배양, 두 방식으로 생산되는데 지금 사망자는 두 방식 모두 보고되고 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독성물질을 시험해 검증을 통과한 제품이라 유정란 방식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최대집 의협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에서 열린 '독감예방접종 사망사고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10.22/뉴스1



-의협·야당 "국민 불안 해소 위해 원인 규명부터"-


야당과 의료계에서는 백신 접종 중단이 어렵다면 일정을 조금 늦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오는 29일까지 일주일간 접종을 중단하고 최근 발생한 사망 사례와의 인과관계를 조속히 밝혀 국민 불안을 해소할 것을 촉구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데 현재까지 단 1건도 인과관계가 밝혀진 바 없다"며 "국민 불안감 해소와 원인 규명, 의료기관 접종 환경 준비 등을 위해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독감 백신 접종을 하는 일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접종 유보를 권고할 예정"이라며 "질병관리청에서 백신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단정하고 있으나 일선 의료기관에서 안심하고 접종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백신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 접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 청장은 “제품의 안정성 문제는 아니라서 접종 중단은 적절치 않다. 접중을 중단해야할 정도로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면 신속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유독 올해 사망 의심 사례가 크게 증가한 것은 접종대상이 대폭 확대돼 접종자가 늘어난 점, ‘상온 노출’과 ‘백색 입자’ 등 연달아 터진 사고로 인해 깊어진 국민들의 불안감과 무관치 않다고 방역당국은 분석했다.

정 청장은 "상온 유통과 백색입자 발견 등 백신 전반에 대한 불안이 상당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19일 첫 번째 사망신고 사례에 대해 발표한 뒤 예방접종 이상반응에 대한 인식이나 신고가 많아진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최근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잇따르자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2일 오후 1시 독감 백신 접종이 시작된 대구 북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지부 앞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이곳은 독감 백신 접종을 위해 많은 시민들이 거리두기를 지키며 줄지어 기다리던 공간이다. 2020.10.22/뉴스1




독감백신 접종후 사망…올해 유독 많은 이유는?


올해 유독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무료접종 대상자가 크게 늘어난 데다 상온노출과 백색입자 문제 등으로 백신 부작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2일 머니투데이와 전화인터뷰에서 "역학조사가 끝나기 전에 언급하는 건 조심스럽다"면서도 "올해 유난히 사망사례가 많이 보고되는 것과 관련된 변수는 2가지"라고 말했다.

우선 올해 무료접종의 범위가 확대된 게 첫번째 변수다. 접종 사례가 많아지면서 모수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두번째는 백신의 유통문제로 인해 백신 부작용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백신 부작용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는 소위 병사나 자연사에도 백신과의 관련성을 의심하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라며 "하지만 백신 접종후 사망자 대부분이 부작용 때문에 사망했다고 보기에는 정황이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백신의 부작용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는 크게 '아나필락시스'와 '길랭-바레 증후군'을 꼽는다.

강 교수는 "아나필락시스(알레르기성 쇼크)는 접종 당일 최대 몇십분이나 몇시간내에 나타나는데 올해 사망자 중에는 그런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아나필락시스는 항원-항체 면역 반응으로 인해 나타나는 급격한 전신 반응으로 접종 후 30분 이내에 호흡곤란, 쇼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길랑-바레 증후군으로 생기는 문제는 특징적인 패턴의 증상이 있어 알기 쉽다. 하지만 올해 사망자 가운데 이 케이스 역시 없어 보인다고 강 교수는 밝혔다.

그는 "길랑-바레 증후군에 걸리면 갑자기 다리 힘이 약해지거나 움직이지 못하고 통증이 생기는 증상이 나타난다"면서 "나중에는 호흡근 마비까지 오면서 호흡 곤란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백신에 의한 직접 사망 원인으로 아나필락시스가 가장 유력하지만 현재 관련 사례는 없었다"며 "조기에 발견하면 대부분 치료할 수 있어 접종 후 20~30분은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상태를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2. 2 "나랑 안 닮았어" 아이 분유 먹이던 남편의 촉…혼인 취소한 충격 사연
  3. 3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4. 4 "역시 싸고 좋아" 중국산으로 부활한 쏘나타…출시하자마자 판매 '쑥'
  5. 5 "파리 반값, 화장품 너무 싸"…중국인 북적대던 명동, 확 달라졌다[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