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조사 결과 '백신'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제조사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 일각에서는 제조사의 눈치를 보면서 도민 안전은 뒷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9시쯤 제주시내 모 개인내과에서 인플루엔자 접종을 받은 68세 남성 A씨가 21일 새벽 0시10분쯤 숨졌다.
A씨는 백신 접종 다음날인 20일 새벽 4시쯤부터 몸살기운과 함께 목이 아픈 증상을 보였고, 출근 이후에도 열이 발생해 오전 10시쯤 독감백신을 접종한 내과를 다시 찾아 치료를 받고 오후 3시쯤 귀가했다.
A씨는 20일 오후 11시57분쯤 호흡 곤란 증상이 있어 119로 한마음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제주도 보건당국은 A씨가 평소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었음을 고려해 사망과 백신 접종의 명확한 연관성이 있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역학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 지난 19일과 20일 이틀간 A씨와 동일한 백신주를 접종한 도민은 190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주 보건당국은 이들과 연락을 취하면서 이상증상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그런데 제주 보건당국은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발생한 타 지역과 달리 백신 제조사 등을 밝히지 않으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이에 반해 21일 새벽 0시5분 독감백신 사망자가 발생한 대구시의 경우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제조사와 백신주(엘지화학 플루플러스테트라프리필드시린지주)를 공개했다. 또 해당의원에서 사망자와 동일한 백신을 접종한 시민 명단을 확보, 오전중 58명에 대해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했다.
이에 반해 제주 보건당국은 '백신주'는 공개하지 않은 채 오후에야 A씨와 동일한 백신을 접종한 도민 명단을 확보하고 확인에 나선 상황이다.
제주 보건당국이 A씨가 접종한 백신주와 제조사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소송'이 무서워서다.
제주도 관계자는 "질병관리청에 문의한 결과 백신주를 공개했는데 향후 조사결과 백신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백신주를 공개한 지자체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이 돌아왔다"며 "A씨가 기저질환이 있는 상황에서 백신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날 경우 (제조사가) 제주도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숨진 A씨가 접종한 동일한 백신으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백신주와 제조사를 공개하겠다"며 "지금은 밝힐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제주도가 '도민 안전'보다 제조사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배종면 제주도 감염병관리단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이 백신주와 제조사를 밝혀달라는 요구에 "A씨의 경우 백신에 의해 사망했다고 접근해야 하지만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백신 생산과 보급, 배달, 저장, 접종 과정 등을 통틀어 봐야 하는데 아직 확인이 안된 상태에서 백신주를 공개하는 것이 역학조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햇다.
이에 대해 도민 정모씨(40·여)는 "숨진 A씨가 접종했던 백신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날때까지 해당 백신 접종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금 이 시간에도 해당 제조사에서 만든 백신주가 접종되고 있을 것인데, 독감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맞는 것인데 불안해서 꺼려진다"고 토로했다.
임태봉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은 "숨진 A씨와 관련한 추가 정보가 확인될 경우 재난안전문자·홈페이지·SNS 등을 통해 추가 공개할 방침이다"며 "고령자, 기저질환자 등에 대해서는 접종 전 병력 파악 등 전문적인 상담을 진행하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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