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의 밤은 아름다워”…볼 것 넘치고 들을 거리 풍성한 ‘왕릉 투어’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20.10.21 15:52

올해 처음 열리는 조선왕릉문화제, 오는 25일까지 연희극, 공연, 휴식 프로그램 등 다양한 맛과 멋

서오릉 '야별행' 투어. 밤에 만나는 왕릉 투어는 엄숙하고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제대로 전해준다. 이 속에서 피어나는 이야기 꽃은 과거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하다. /사진제공=한국문화재재단

춥고 스산하고 오싹했지만, 부지불식간 찾아오는 ‘엄숙한 운치’를 느끼는 맛은 확실히 남달랐다.

왕릉의 크기와 그 능을 지키는 수백 년의 나무들이 주는 엄숙한 분위기는 관람하는 이의 자만심 한 뼘도 용납하지 않을 기세였다. 그 분위기 곳곳에 녹아있는 고요하고 우아한 멋은 야별행의 참맛을 주는 ‘덤’이었다.

지난 13일 고양 서오릉의 ‘야별행’ 관람은 박광일 역사 해설가의 구수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따라 5기의 능을 투어하는 일정으로 1시간 30분이 금세 지나갔다.

왕의 능이 왕비의 능보다 반드시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 능은 사후에 계산되므로 그 당시 재정에 따라 능의 규모가 달라졌다는 사실 등에선 흥미 데시벨이 갑절로 올라갔다. 걷고 또 걸으며 능의 변방까지 따라가니, 그 유명한 장희빈이 안장된 ‘대빈묘’가 조그맣게 모습을 드러낸다.

경기도 구리시 동구릉 원릉. /사진제공=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그의 존재와 유명세가 능 하나로 어떻게 설명되는지 깨닫는 순간이다. 야별행 투어에는 아름답게 꾸며진 20세에 요절한 숙종의 원비 인경왕후의 능, 영혼이 지나가는 길과 인간(살아있는 왕과 신하)가 지나가는 길이 다른 명릉과 경릉, 순창원 앞에서 듣는 해금 연주 등 능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만날 수 있다.

조선왕릉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0주년을 맞아 올해 처음 마련한 조선왕릉문화제는 오는 25일까지 이어진다. 서오릉의 ‘야별행’처럼 밤에 맛보는 새로운 왕릉 체험을 비롯해 동구릉, 선정릉, 영릉 등 조선 왕릉에서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재재단이 주관하는 조선왕릉문화제는 ‘새로보다, 조선왕릉’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조선왕릉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0주년을 맞아 올해 처음 열린 조선왕릉문화제는 오는 25일까지 이어진다. /사진제공=한국문화재재단

지난주 17, 18일 선정릉 보물찾기, 서오릉 야별행, 영릉 음악회 등에 이어 오는 24, 25일에는 경기도 구리시 동구릉에서 스탬프 투어, 소리길 산책, 억새풀 체험, 왕릉 포레스트 등이 예정돼 있다.

선정릉, 고양시 서오릉과 여주시 세종대왕릉인 영릉에선 ‘휴휴, 왕릉에서 쉬어가요’(24, 25일) 행사를 통해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브랜드 공연 ‘채붕-백희대전’을 아직 보지 못했다면 23일 여주 영릉에서 마지막 무대를 준비한다. 조선 후기의 우인 광문의 기록을 바탕으로 새롭게 재창작한 연희극으로, 가설 누각 채붕 위에 광문, 쌍사자, 풍물, 줄타기, 솟대쟁이 등이 화려한 연희를 선보인다.

정재숙 문화재청 청장은 “평소 시민과 멀게 느껴진 왕릉을 가장 가깝게 만나면서 역사와 현재를 동시에 느끼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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