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 면세점으로…中내국인 면세품 구매한도 1700만원 상향 효과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 2020.10.21 15:00

[길게보고 크게놀기]코로나19 시대 중국의 면세점 굴기 영향

편집자주 |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중국 면세점이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10월 1일에서 8일까지의 국경절 연휴 동안 중국 내국인 면세점인 하이난다오(海南島)의 매출액이 10억4000만 위안(약 1770억원)을 기록했다. 하이난다오가 내국인 면세점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2011년 연매출액(9억8600만 위안)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중국 면세점의 폭발적인 성장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등 한국 면세점에게는 막대한 타격을 미친 코로나19 팬데믹이 중국 면세점에게는 오히려 성장의 계기가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로 나갈 수 없게 된 자국민의 면세품 구매 수요가 하이난다오로 쏠렸다.

지난 2011년 한 해 9억8600만 위안(약 1680억원)에 불과하던 하이난다오의 면세점 매출액은 지난해 134억9000만 위안(약 2조3000억원)으로 8년 동안 약 13배나 커졌다. 올해는 매출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

지난 7월 중국 정부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면세산업 육성 정책을 내놓은 것도 하이난다오의 성장에 기여를 했다. 우선 내국인 면세점 구매한도를 3만 위안(약 500만원)에서 10만 위안(약 1700만원)으로 큰 폭으로 상향했고 면세품 종류도 전자제품을 포함하는 등 38개에서 45개로 확대했다. 또한 면세범위를 확대하고 구매가능 수량도 늘렸다.

정책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올해 7월에서 9월까지 3개월 동안, 하이난다오 면세점 매출액은 86억1000만 위안(약 1조4600억원)을 기록하며 상반기 매출액(74억9000만 위안)을 뛰어넘었다.

중국 내국인 면세점 성장의 근본적인 배경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해외여행 급감이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한국에서 와서 롯데나 신라, 신세계 등 국내 면세점을 찾았을 중국 유커가 하이난다오로 방향을 돌린 것이다.

우리나라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8월 항공운송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적 국제선 여객 수는 1319만 명으로 전년 대비 75% 급감했다. 국제선 여객수 급감과 더불어 우리나라 면세점 매출액도 큰 폭 줄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9867억원으로 지난해 면세점 매출이 가장 많았던 11월(2조2882억원)의 43%에 불과하다. 8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조4441억원으로 전월 대비 15.3% 늘었지만, 여전히 예년 수준의 3분의 2에 불과한 상태다.

◇롯데면세점 세계 1위 목표 흔들

롯데면세점이 202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내놓은 비전2020도 중국 면세점의 굴기에 가로막혔다. 올해 상반기 중국 최대 면세점인 중국면세점그룹(CDFG)은 매출액 193억1000만 위안(약 3조2800억원)을 기록하며 세계 면세점 1위로 부상했다. 지난해 4위에서 1위로 수직상승한 것이다. 하이난다오 내국인 면세점의 매출 비중이 중국면세점그룹 전체 매출의 47%를 차지할 만큼 컸다.

반면 호텔롯데 면세사업부(롯데면세점)의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50%나 급감한 1조4529원에 불과했다. 1위인 중국면세점그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출 규모다. 지난해 글로벌 순위 2위도 위태롭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면세점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해온 중국인이 자국 면세점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중국 면세점 굴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지난해까지 글로벌 1위였던 스위스의 듀프리(Dufry)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와 유통 합작사를 만들기로 했다. 합작사의 지분은 알리바바가 51%, 듀프리가 49% 보유하기로 했으며 알리바바는 듀프리 지분도 9.99%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알리바바의 이커머스와 듀프리의 오프라인 유통 네트워크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게 목표인데, 알리바바의 디지털 기술이 전통적인 면세점 업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고 해외여행이 정상화되면, 중국 면세점 업계의 매출 증가율은 지금보다는 둔화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롯데면세점 등 해외 면세점과 치열한 경쟁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중신건설증권에 따르면, 하이난다오 최대 면세점에 입주한 글로벌 브랜드는 약 300개에 불과하지만, 롯데면세점에 입주한 글로벌 브랜드는 911개, 신라면세점은 500개에 달한다. 또한 우리나라 면세점에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 제품이 다양하게 입주해 있으며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면세점이 중국 면세점에 가졌던 경쟁력의 비교우위는 계속해서 약화되는 중이다. 9월 이후 프라다, 까르띠에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하이난다오 입점이 줄을 잇고 있다.

이제 국내 면세점 업계는 중국 면세점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한 유커를 어떻게 다시 한국으로 되돌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절체절명의 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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