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육 맛있겠다, 꼭 먹고파"…막말 외교관, 경고에 그쳐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 2020.10.20 15:12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이기범 기자
"우리 할머니가 일본인인데 우리 할머니 덕분에 조선인들이 빵을 먹고 살 수 있었다"

"인간 고기가 너무 맛있을 것 같다. 꼭 인육을 먹어보려고 한다"

미국 주시애틀 총영사관 소속 A 부영사가 공관 직원에게 이러한 '막말'과 욕설 등을 상습적으로 했지만, 외교부는 경미한 징계인 '경고'에 그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20일 외교부 관계자의 제보 등을 통해 A 부영사가 작년 시애틀에 부임한 뒤 공관 소속 행정직원들에 대한 욕설과 폭언, 비정상적인 발언 등을 했음에도 징계는 장관 명의의 경고 조치만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직원들은 A 부영사가 비상식적인 발언을 비롯해 "에이 XX 새끼야" "네가 퇴사하더라도 끝까지 괴롭힐 거다" "이 월급으로 생활이 가능하냐" 등의 협박과 비하도 일삼았다고 증언했다. 행정직원에 대한 불쾌한 신체접촉이 수차례 있었다는 제보도 있었다.

직원들은 2019년 10월 A 부영사의 비위행위 16건(폭언 및 갑질 외 사문서위조, 물품 단가 조작, 이중장부 지시, 예산 유용, 휴가 통제, 특근매식비 집행서류 허위작성, 시간외근무 불인정 등)을 공관 간부에게 신고하고 나섰지만, 처벌은 미미했다.


감찰에 나선 외교부 감사관실 소속 감찰담당관실은 직원들의 진술 대신 서면으로만 문답을 진행했다. 그 결과 A 부영사의 두 차례의 폭언과 한 건의 부적절한 발언 등 총 3건만 확인해 장관 명의의 '경고' 조치를 내리는 것에 그쳤고, 주시애틀총영사관은 기관주의 처분을 받았다.

제보자들은 이를 두고 외교부의 '제 식구 감싸기'라고 지적했다. 감찰담당관실이 직원들의 직접 진술을 듣지 않은 것도 A 부영사를 감싸기 위한 '사전 차단 조치'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A 부영사는 현재까지 해당 공관에 근무하는 반면 피해 직원들은 A 부영사의 상관들에게 퇴직을 강요받는 2차 가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작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은 '전(全) 재외공관 소속 행정직원에 대한 부당대우 점검 등 엄정한 재외공무원 복무관리'를 지시했다"며 "외교부 내 공무기강 해이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외교부 내 비위행위 근절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이 의원은 또 외교부가 해당 사건과 관련한 자료 제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감찰 과정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합리적 의심을 소명하지 못했고, 결국 축소·은폐 의혹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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