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와 함께 살고 있었지만,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 미혼모로 장애 아동을 키우는 걸 달가워하지 않아서였다. 그리 갑작스레 엄마가 됐고, 정부 복지 서비스도 전혀 몰랐고, 죄책감이 심했다. 아이 장애가 본인 잘못 때문에 생겼다고 믿어서였다.
얼핏 보기엔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지만 실제 사례다. 미혼모들이 겪는 일들이다. 20만원에 아기를 판다고 올려 논란이 된 제주 미혼모. 그러나 그에게 일선 현장의 미혼모 지원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 분은 산후조리원에서 낳았잖아요. 그럼 그나마 양호한 편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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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홀로 탯줄 끊는다 ━
알려지지 않은 현실은 더 열악하단 얘기다.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그에 맞는 대책이 필요해서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팀장은 "임신한 사실을, 출산 일주일 전에 아는 미혼모도 봤다"고 했다. 어떻게 모르느냐 했더니, 실제 배가 많이 안 부르는 경우도 있단다.
실제 그랬다. 40대 중반 한 미혼모는 임신 막달이 돼서야 스스로 확신했다. 원래 살던 상황이 열악했다. 일찍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8년 전 금융 문제로 주민 등록이 말소됐다. 고시원에서 살았고 병원엔 한 번도 못 갔다. 미혼모 시설에 전화했지만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 나이도 많고, 주민 등록도 없어서였다.
다른 사례도 있다. 멀쩡히 회사를 다니다, 자택서 새벽에 혼자 탯줄을 끊는단다. 유 팀장은 "그런 사례를 올해만 다섯 건 봤다"고 했다. 현실을 부정하다 화장실에서 출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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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어려움, 주거 불안, 편견, 돌봄 등 총체적 접근 필요━
이는 총체적인 문제가 작용한 결과다. 그로 인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이런 복잡한 심경 때문에 벌어진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경제적 곤란이 우선이다. 육아정책연구소 2018년 연구(김지현·권미경·최윤경)에 따르면, 미혼모 가구 총 생활비는 평균 107만6000원. 채무가 있는 가구는 66.3%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해 인구복지협회 조사에 따르면 미혼모 월 평균 소득액은 92만3000원에 불과했다.
미혼모 81.7%는 임신으로 인해 퇴직한다고 했다. 병원비가 없다. '출산 때까지 병원에 안 간다'는 응답이 3.7%, 임신 34주 이후에 간단 응답도 2.3%에 달했다. 산후 조리도 못하는 경우가 28.3%였다.
주거도 불안하다. 전국에 145개 미혼모 지원 시설이 있지만, 입소 기간은 3년이다. 최장 2년까지 연장할 수 있지만 그 뿐이다. 전체 인원을 수용할만큼 충분치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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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탯줄 자르게 하는 사회…지원 시스템 부재━
여기에 사회적 편견, 가족과 나빠진 관계, 아이 돌봄으로 인한 구직 제한 등 다양한 요인이 힘듦으로 작용한다. 미혼모가 경제 활동시 겪는 편견·차별(43.3%가 경험 있다고 응답)도 그렇다.
출산 직후, 그리고 자녀를 양육할 때 필요한 정보도 구하기 어렵다. 정부는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등 주무 부처가 제각각, 민간도 각 센터별로 따로 지원하는 탓에 혼란을 겪는다. 한 온라인 카페에선 미혼모가 "아동 양육비 지원시 부모 재산도 보느냐"고 묻자 "그렇다"는 응답이 나왔다. 잘못된 정보였다.
비난과 손가락질은 쉽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꼭꼭 숨어 곪게할 뿐이다. 총체적인 이유를 들여다 봐야 한다. 왜 홀로 탯줄을 끊고, 키우는 걸 포기할 수밖에 없는지. 우리나라서 미혼모가 산다는, 그 다양한 어려움 말이다.
윤 팀장은 "당근마켓에 아기를 판 엄마 상황은, 딱 꼬집어 '이것만 문제'라고 할 수 없다.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여러 시스템이 부재한 게 문제"라며 "혼자 임신해서 키울 수 있는 사회라면 탯줄을 자르고 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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