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성의 수상한 기록, 2년여간 식욕억제제 2만정 타갔다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 2020.10.20 10:18

[the300]김성주 민주당 의원 "마약류에 한해 DUR 입력 의무화 필요"

서울 시내 한 약국의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김창현 기자 chmt@

#30대 남성 A씨는 2018년 6월부터 올해 6월말까지 인천과 경기도 일대 의료기관을 순회하며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처방 받았다. 그는 2년여간 223회에 걸쳐 22개 의료기관에서 총 2만4222정의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A씨가 처방받은 약물을 본인 치료 목적 외에 타인에게 제공했을 것으로 의심된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50대 여성 B씨도 최근 2년여간 총 3만9014정의 마약류 졸피뎀 성분 수면제를 처방받아 오다 수사 대상에 올랐다. B씨가 받은 335회의 처방 가운데 310회의 처방이 집중된 원주 소재 C의원과 D의원은 60대 여성 E씨에게도 같은 기간 213회에 걸쳐 총 2만6830정의 졸피뎀 수면제를 처방했다. 결국 E씨 역시 과다처방으로 수사 대상이 됐다.


일부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돌며 의약품을 처방 받는 '순회쇼핑' 등 마약류 의약품의 과다처방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성주 의원이 식약처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5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대표적인 마약류 의약품인 식욕억제제(펜터민·펜디메트라진·디에틸프로피온·로카세린·마진돌 성분 제제)는 332만여명에게 약 5억2300만정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는 443만여명에게 약 3억46만정 처방됐다.

식약처는 2018년 5월부터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수출입업체 △제약사 △의약품도매상 △병·의원 △약국 등으로부터 마약류의 생산·유통·사용 등 모든 취급내역을 전산 보고받고 있다. 마약류 취급자는 이를 의무 이행해야한다.


문제는 그럼에도 일부 환자들의 과다처방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이 확보한 이들 의약품의 처방량 상위 환자 10명 처방현황을 보면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차례에 걸쳐 권장 용량을 크게 상회하는 분량의 식욕억제제와 졸피뎀을 처방받아 온 사례가 확인된다.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223회에 걸쳐 2만4222정 처방받은 30대 남성 A씨, 졸피뎀 성분 수면제를 335회에 걸쳐 3만9014정 처방받은 50대 여성 B씨가 대표적이다.


/자료=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이들은 특정 의료기관에서 집중적으로 다량의 처방을 받거나 일정 범위 내 의료기관을 순회하며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39회에 걸쳐 1만1788정을 처방받은 인천시 미추홀구 소재 의원을 포함해 인천·경기 지역 22개 의원에서 식욕억제제를 다량 처방받았다. 서울 강북·도봉·노원의 9개 의원에서 식욕억제제를 89회에 걸쳐 1만8630정 처방받은 50대 여성의 사례도 있었다.


B씨에게 졸피뎀 성분 수면제를 각각 2만9698정, 8414정을 처방한 강원 원주 소재 C의원, D의원은 60대 여성 E씨에게도 각각 1만9690정, 7140정을 처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이들을 치료 목적 외 사용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현지 조사를 거쳐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이를 사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식약처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은 사후 등록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실시간 확인이 불가능하다. 또 보고된 데이터는 식약처의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을 통해 일선 의료기관에 제공되지만, 정보망 확인이 의사의 의무사항이 아닌 데다 환자의 동의 없이는 투약내역 확인이 불가능해 마약류 순회쇼핑 차단에 한계가 있다.


김 의원은 이를 막기 위해 마약류에 한해 DUR(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 입력을 의무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UR은 의사, 약사의 의약품 처방·조제 시 환자의 기존 처방 내역 정보를 토대로 병용금기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부적절한 약물사용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DUR 사용은 의무사항이 아니고, 비급여 처방시 심평원에 신고 되지 않는다.

김 의원은 "마약류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고 목적 외 사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사후 점검이 아닌 실시간 점검이 필요하다"며 "급여·비급여 처방에 관계없이 마약류 의약품의 처방에 한해 의료진이 DUR에 반드시 입력하도록 하고 이를 점검하도록 의무화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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