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범죄 엄단 한다는 그런 당국이 더 문제다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 2020.10.20 04:10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증권시장 불법·불건전행위 집중대응단 첫 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위원회


“‘큰 비가 오기 전에 틈새를 엮어놓는다’는 뜻의 미우주무(未雨綢繆)란 말이 있습니다.”(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19일 증권시장 불법·불건전행위 집중대응단 회의)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장맛비에 흠뻑 젖은 금융당국이 뒤늦게 ‘공정한 거래질서’를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19일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과징금 도입 △무자본M&A(인수합병)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전환사채 공시의무 강화 △유사투자자문업 감독 강화 등 ‘불법·불건전행위 근절 종합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적발때 주식 및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불공정거래로 얻은 부당이득은 최대 2배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테마주·공매도 집중대응 기간으로 정하고 인지된 혐의는 신속히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불공정 거래 포상금은 최대 20억원까지 확대한다.

금융당국은 주식 투자붐을 틈 타 성행하는 불공정 거래 전반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고 설명한다. 최근 사모펀드 사태와 별개라는 의미다. 하지만 시점이 공교롭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 당국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이기에 그렇다.

금융당국은 증권시장의 불법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당국 책임론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업계 불법 행위만 부각시켜 당국의 책임 회피를 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사모펀드 관련 뭇매는 증권업계가 맞았다. 감독 책임, 제도 문제 등은 조용히 피해갔다.

이날 발표된 ‘종합대책’도 뒷북 성격이 짙다. 우선 불공정거래 과징금 도입은 이미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무자본 M&A 모니터링이나 유사투자자문업 감독 등도 늑장 대응이다. 이미 수년동안 무자본M&A로 건실한 기업들이 무방비로 쓰러졌다. 금융당국은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사건들의 현황을 파악하기조차 벅찬 상황이다.


올들어 ‘동학 개미’ 열풍 속 유사투자자문업의 유혹과 피해 사례 등이 이어졌는데 당국은 뒤늦게 움직였다. ‘대형사건 후 제도 개선’이란 사후약방문식 행태만 되풀이된다. 나쁜 행위를 한 이들은 따로 있는데 각종 규제와 부담은 기존 업계가 고스란히 받아 안는다.

사모펀드 사태 처리 과정은 더하다. 금감원 직원이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됐는데도 ‘전직 직원의 일’이라며 선을 긋는다. “검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사람들이 아니었다”며 해명만 늘어놓는다. 금융당국 책임자의 형식적 사과도 없다.

라임펀드 관련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중징계’를 내리겠다며 ‘준엄한 감독자’ 역할을 하느라 바쁘다. 중징계의 핵심사유가 ‘내부통제기준 마련 미흡’인데 “금감원 내부 통제는 어떤 상황이냐”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현실을 모른 척 한다.

사모펀드 관련 추정손실액으로 분쟁조정을 시행하겠다는 금감원의 행보도 걱정을 키운다. ‘금융 감독’과 ‘금융 소비자 보호’ 사이에서 길을 잃은 금융당국의 현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날 ‘불건전행위 집중대응단’도 출범시켰다. 종합대책의 추진 의지를 담은 것인데 자본시장조사단과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등이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보여주기식 기구라는 비판이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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