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朴정부 '블랙리스트' 내부고발자, 국가 상대 2억 손배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 2020.10.19 11:35

[the300]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박종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씨어터카페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대표 사례인 '팝업씨어터 사태' 피해 예술인들에게 공개 사과 하고 있다. 팝업씨어터는 2015년 10월 예술위 기획사업 프로그램 '공원은 공연중' 하나로 극장 로비, 카페, 공원 등 장소에서 돌발적으로 벌이는 팝업 형태의 공연이다. 당시 예술위가 씨어터카페에서 공연한 연극 '이 아이' 내용이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며 취소와 공연방해를 논의했고 이후 예술위 간부들이 공연장소인 씨어터카페에서 공연을 방해했다. 또 연극 '불신의 힘', '후시기나 포켓또' 대본을 사전 검열했다. 또 이 일을 공익제보한 담당 직원들을 부당 전보조치 했다. 2019.07.19. chocrystal@newsis.com


박근혜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대표적 사건인 '팝업씨어터 사태'의 내부고발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전 직원 김진이씨는 최근 국가와 예술위를 상대로 2억1만원을 지급하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2015년 10월 예술위 '팝업씨어터 공연방해 및 검열 의혹 사건'을 폭로한 공익제보자다. 김씨 측에 따르면 당시 예술위는 극장 로비·카페·공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돌발적으로 펼쳐지는 형태의 '팝업씨어터' 프로그램 중 하나로 17~18일 양일간 연극 작품 '이 아이'(김정 연출)를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씨어터카페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7일 밤 1일차 공연이 끝난 뒤 예술위 간부들은 대책회의를 열고 18일 2일차 공연 취소 여부를 논의하고, 진행을 방해하기로 결정했다. 이 공연의 내용이 '세월호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예술위 A부장은 당시 팝업씨어터 프로그램 담당자였던 김씨에게 전화를 통해 공연 취소를 지시했지만 김씨는 "그럴 권한이 없다"며 거부했다. A부장은 또 18일 공연 시작 전 '이 아이' 공연팀에게 공연장인 카페 테이블·의자 이동 불가, 카페 영업 중단 불가 등을 통보했다. 공연이 시작된 이후에도 카페 영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음악 볼륨을 높이는 방식으로 공연을 방해했다.

예술위는 이후 차기 공연 예정이었던 공연 대본을 검열하기 위해 연출가들에게 대본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씨는 같은해 11월 예술위 위원장에게 팝업씨어터 사건에 대한 경과를 보고하고 내부 조사를 진행하라는 내용의 메일을 발송했다. 또 공연예술센터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당했다. 결국 김씨는 예술위 내부절차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보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익제보에 나섰다. 이후 김씨는 전보 조치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다가 끝내 퇴사했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대학로 아르코극장 씨어터카페에서 '팝업씨어터 공개사과 이후 블랙리스트 피해자 명예회복과 사회적 기억사업을 시작하며'를 주제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후속 조치 관련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12.2/뉴스1


이후 블랙리스트 사태 진상 파악을 위해 2017년 출범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가 문체부와 예술위에 정부를 비판하는 작품에 대한 상영 배제를 지시했고, 이에 예술위 간부들이 공연을 방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예술위는 팝업씨어터 사태와 관련 사과문을 발표하고 피해 예술가와 내부고발 직원에게 직접 사과했다. 같은 해 12월 박양우 문체부 장관도 관련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명예회복 조치를 약속했다.


하지만 김씨는 부당전보로 직업을 잃게 된 데다 이후 동일한 일을 할 수 없게 됐다며 국가와 예술위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씨 측은 "계약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무기계약직원이었지만 전보된 상태에서 직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했고 사실상 권고사직을 통해 해고된 것과 다름 없었다"며 "공연 기획을 전공하고 기획·연출과 관련해 전문성을 갖췄음에도 이 사건 이후 '블랙리스트'가 돼 공공기관이나 문화예술 관련 단체에서 사실상 관련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후적으로 예술위 위원장과 문체부 장관의 공개사과까지 있었음에도 가해자로부터 진심어린 사과는 듣지 못했고 구체적 명예회복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고 직을 잃게 된 경우 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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