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소환'됐다. 15일부터 시작되는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를 놓고 동성부부인 터너 대사의 예를 들어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동성배우자를 기타 동거인으로 구분하는 현 방식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국민의 힘 측 역시 같은 예를 들고 "국내법상 불가능하다"며 반발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4일 통계청과 관세청, 조달청 등에 대한 2020년도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동성혼 부부에 대한 통계처리 방식에 대한 질의가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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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의원 "동성 동거인이 하숙인이냐" 강신욱 청장 "검토해보겠다"━
포문은 장혜영 의원이 열었다. 장 의원은 터너 대사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결혼식을 올린 동성커플 김규진씨의 사례를 들어 "김규진씨가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으로 채택되면 배우자 항목에 어떻게 답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강 청장은 "'배우자 있음'으로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터너 대사는 지난해 10월 동성배우자인 히로시 이케다와 함께 청와대 주한 외교단 초청행사에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장 의원은 터너 대사 부부와 결혼기로 책을 낸 김규진씨 사례를 들어 동성 배우자를 기타 동거인으로 분류하는 방식 개선을 요구했다.
장 의원은 "조사가 15일 시작돼 (항목을) 넣을 순 없지만 배우자가 같은 성별이라도 기타동거인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반영해달라"고 주문했다. 강 청장은 "시스템이 구축돼 있을 텐데 (분류방식을) 변경 가능한지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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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힘 "통계청장 답변 부적절…국내법상 부부 아냐"━
김태흠 의원은 "터너 대사의 경우 뉴질랜드는 법에 의해 동성혼이 합법화돼있고 우리나라는 합법화돼있지 않다"며 "이런 문제를 '가능한지 검토하겠다'는 답변이 어딨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조해진 의원도 "대한민국 법상 동성혼은 허용이 안 된다"며 "인구주택조사 조사원이 조사 과정에서 동성 부부가 기혼이라고 답한다면 '부정확한 답변'이라고 안내토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강신욱 청장은 "현재 답변이 법률상 배우자만을 답변하도록 하게돼 있는지 검토하겠다는 뜻"이라며 "조사원이 인구주택통계 조사과정에서 답변을 바로 잡게하는 게 맞는지, 조사 후 내검(내부검토) 과정에서 수정하는게 맞는지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첫 질의자였던 장혜영 의원은 김태흠 의원의 질타가 나오자 "우리 사회에 현존하는 여러 가구 형태를 임의적인 누락이나 조정 없이 통계에 반영해달라는 요청"이라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를 봐도 인구통계는 법적개념을 전제하지 않고 법개념과 상관없이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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