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방향’ 아닌 ‘속도’…'자본주의 키즈' 소비패턴 읽어야”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20.10.13 13:39

김난도 교수가 말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1’…바이러스경제 시작, 새로운 트렌드 대신 기존 트렌드 더 빨리 성장

지난해 '트렌드 코리아 2020' 간담회에서 설명하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 /사진=뉴시스

코로나19로 ‘집콕’이 일상화된 시대, 우리 사회 트렌드를 예리하게 짚어온 ‘트렌드 코리아’의 2021년 키워드 역시 바이러스 경제에 주목했다. 이른바 브이노믹스(V-nomics)다.

김난도(소비자학과) 서울대 교수는 13일 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21’ 온라인 간담회에서 “소의 해를 맞아 날뛰는 소를 마침내 길들이는 멋진 카우보이처럼, 시의적절한 전략으로 팬데믹의 위기를 헤쳐나가기를 기원하는 뜻으로 10개 축약어 ‘COWBOY HERO’를 트렌드 키워드로 선정했다”며 “언택트 중심의 소비 경제 속도가 전보다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트렌드 코리아’ 키워드를 다시 검색한 뒤 코로나와 관련된 주요 키워드들이 적지 않음을 발견했다. 2010년엔 동네 소비, 2018년 '소확행' 등 소비 활동이 개인 위주로 좁아지는 세상을 본 것이다. 급기야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2018년 ‘언택트’라는 단어를 처음 발표했는데, 코로나 시대에 가장 많이 쓰는 단어로 각광받았다.

김 교수는 “코로나가 바꾼 것은 트렌드의 방향이 아니라, 속도라는 걸 알았다”며 “어떤 트렌드를 새로 생성하는 대신, 기존에 성장하는 트렌드는 더 빨리 성장하게 하는 식으로 바꿨다”고 해석했다.

김 교수가 예상하는 브이노믹스는 K자의 양극화로 뻗는 것이 일반론이지만, 업종별로 V형(빠른 회복), U형(회복된다는 희망), S형(가속) 등으로 나뉜다. 국내여행 특가상품이나 '차박' 같은 상품들이 역 V자형으로 그릴 수도 있고 온라인쇼핑과 캠핑, 호캉스 같은 품목은 코로나 계기로 S형 가속 페달을 밟을 수도 있다.

10개 키워드를 살펴보면 우선 ‘Coming of V-nomics’(브이노믹스)의 출현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한 전환의 노력이 계속된다. 언텍트 트렌드가 새로운 전개를 보이는 가운데 아날로그와 본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Omni-layered Homes’(레이어드 홈)는 여러 개 층위로 분화하는 집의 변화다. 삶의 근거지로 정의하는 집은 ‘레이어1’, 직장 등 외부 활동이 집에서 이뤄지는 ‘레이어2’, 집 근처에서 삶을 영위하는 ‘슬세권 경제’의 확산은 ‘레이어3’인 식이다. 이 같은 변화는 2021년 미래주택 공간의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2021 트렌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의 약진이다.

‘We Are the Money-friendly Generation’(자본주의 키즈)로 대변되는 이들 MZ세대는 돈과 소비에 편견이 없는 새로운 소비세대로 유행을 선도하고 비즈니스의 방향을 주도하며 브랜드의 흥망을 결정한다.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한 ‘Real Me: Searching for My Real Label’(레이블링 게임)에 몰두하고 신상보다 중고마켓을 더 애용한다. 취향 공유와 신종 재테크가 합쳐진 새로운 중고마켓이 뜨는 배경이다.

레깅스를 차려입고 등산하고 골프나 서핑 같은 운동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Your Daily Sporty Life’(#오하운, 오늘하루운동)도 눈여겨볼 트렌드다.

김 교수는 “MZ세대는 이미 성장해 있는 시장에서 기대는 높지만 쉽게 충족이 안 되는 시대에 사는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라며 “이들 세대는 이전 세대와 생각이나 태도, 속성이 완전히 달라 지금까지 해오던 마케팅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자본주의 키즈’는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 소비로부터 행복을 구하는 데 주저함이 없고 광고를 이용할 줄 알고 재무관리와 투자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지극히 자본주의적이면서 동시에 반 자본주의에 대한 선망을 품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On This Rollercoaster Life’(롤코라이프)라는 키워드를 통해 본 소비 트렌드에선 대중들이 단기간 트렌드를 따라가며 짜릿한 진폭의 재미를 즐긴다. 그러다가 금방 끝을 보고 다음 재미를 향해 몰려간다. 롤러코스터를 닮은 이런 라이프는 소수 젊은이들의 변덕이 아니라, 상시 대응해야 할 시장의 일반적인 변화로 여겨진다.

코로나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자아 찾기 문제도 심화하고 있다. ‘레이블링 게임’처럼 성향 테스트가 유행하는 것도 ‘찐(진짜)’ 자아를 찾으려는 현대인의 갈구로 해석된다.

김 교수는 “SNS시대에 온라인 자아와 실생활 자아가 분리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코로나 시대 이런 분리가 더 자연스럽고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며 “무엇보다 자아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인 타자의 시선이 극적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내가 누구인가’하는 정체성 문제를 스스로 풀어야 하는 숙제까지 떠안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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