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 많은 10월 증시, 마켓타이밍 몰라도 돈 버는법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 2020.10.11 07:00

[행동재무학]<325>마켓 타이밍을 찾으려고 고민하지 마라

편집자주 |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올 10월 증시는 변동성이 특히 심할 것이라며 투자에 주의하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많습니다. 이 말은 10월 증시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특히 많기 때문에 투자종목 및 매수매도 타이밍 선정에 각별히 신경을 쓰라는 얘기입니다.

예컨대 미 대선을 한 달 앞둔 10월 증시가 10% 가량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가 있는가 하면, 미 대선에 누가 승리하든 증시는 상승할 것이라고 점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가을 이후 코로나19가 재유행함에 따라 다시 코로나19 관련주의 비중 확대를 권고하는 전문가도 있고, 백신과 치료제의 빠른 개발을 기대하며 경기 회복 관련주에 눈을 돌리라는 투자 권고도 있습니다. 변동성이 크니 아예 양쪽 모두를 분산투자하라는 조언도 있지만 현금 비중을 늘리라는 경고도 있습니다. 서로 상반된 투자조언이 혼재해 있어 투자자들은 도무지 감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10월 증시에서 가장 큰 변수를 꼽자면 우선 다음 달 3일에 있을 미국 대선입니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이후 경제정책 등에 상당한 변화가 뒤따를 게 분명합니다. 당연히 증시에도 큰 영향을 주겠죠.

그리고 9월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재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도 또 다른 큰 변수입니다. 코로나19 재유행 강도와 추이에 따라 글로벌 경제의 침체 폭과 회복 속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증시도 그 영향을 받아 변동성이 커질 겁니다.

또한 미국의 추가 부양책 성사 여부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당장 지난 7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추가 부양책 협상 중단을 선언하자 증시가 바로 급락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만에 일부 항목에 한정한 부분 부양책의 처리를 촉구하자 증시는 추가 부양책에 대한 희망의 불씨가 되살아나면서 급등했습니다. 이처럼 미국의 추가 부양책 성사 여부는 미국 경제뿐만 글로벌 증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주식투자자들은 이러한 증시 변수의 영향을 정확히 분석해서 투자결정에 이용하고 싶어 합니다. 예컨대 증시 변수에 따라 수혜를 입을 종목과 피해가 클 종목을 분석하고, 저점매수와 고점매도 타이밍을 정확히 포착하려고 애씁니다. 만약 투자자가 10월 증시에서 최적의 마켓 타이밍을 파악해서 수혜 입을 주식을 사거나 피해가 클 주식을 팔 수가 있다면 누구나 대박을 낼 수 있겠죠.

그런데 마켓 타이밍에 관한 아주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최고의 매니저로 부른 밥 커비(Bob Kirby)라는 전설적인 투자자가 있습니다. 그는 30대 초반까지 여타 펀드매니저와 다르지 않게 최적의 마켓 타이밍을 포착하고 저평가된 주식을 매매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그에게 일대 전환을 가져다 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는 한 부자 부부에게 투자자문을 하며 부부의 주식계좌를 10년간 관리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는 부인 명의의 주식계좌에서 남편과 의논하며 주식을 매매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갑자기 사망했고 이후 죽은 남편이 비밀리에 별도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죽은 남편은 지난 10년간 똑같은 주식을 매입한 뒤에 주식증서를 은행금고에 넣어뒀습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자신과 죽은 남편이 동일한 종목에 투자했지만 죽은 남편의 투자수익률이 전문 펀드매니저인 자신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펀드매니저인 자신이 온 신경을 다해 관리한 주식투자보다 죽은 남편이 아무 것도 안 한 결과가 더 낫다니!’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그 차이는 자신은 시황을 보고 중간중간에 매도했지만 죽은 남편은 매수한 주식을 하나도 팔지 않고 고스란히 은행금고에 묻어두었다는 것에 기인했습니다.

커비가 이 사건으로 얻은 교훈은 시장의 등락에 따라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는 게 결코 좋은 결과를 낫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이후 그는 죽은 남편의 주식투자 기법을 '커피캔 포트폴리오'(Coffee Can Portfolio)라 불렀는데, 이는 옛날 서부 개척시대에 사람들이 커피캔에 돈을 넣고 침대 밑에 놓아 두던 저금방식에 비유한 것이었습니다.


비슷한 결론을 제시하는 연구결과도 많습니다. 예컨대 세계 최대 인덱스펀드 회사 뱅가드(Vanguard)의 창업자 존 보글(John Bogle)은 2009년 중반까지 5년간 ETF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조사했는데, 시황에 따라 매수매도를 반복한 경우의 수익률이 계속 보유하는 경우보다 낮았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즉 마켓 타이밍에 따라 매수매도하는 투자가 수익률 측면에서 열등하다는 결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커피캔 포트폴리오’와 유사한 실증사례가 있습니다. 삼성전자 사외이사인 안 모씨는 2019년 5월 말부터 매달 삼성전자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는데, 8일 종가 기준 안 모씨의 누적 평가수익률은 15.2%에 달합니다. 안 모씨가 매수하는 시점은 실적 발표일이나 특정 시황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마치 적금하듯이 거의 대부분 매달 말일 경에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했습니다.

안 모씨의 적립식 주식투자 사례는 마켓 타이밍이나 특정 시황을 고려하지 않고도 놀라운 투자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만약 안 모씨가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한 같은 날 삼성전자 대신 코스피나 코스닥시장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요? 예컨대 코스피시장을 추종하는 KODEX 200을 안 모씨가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한 날 똑같이 투자하거나 아니면 코스닥시장을 추종하는 KODEX 코스닥 150에 투자했다면 말이죠.

결과는 마찬가지로 좋은 투자성적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KODEX 200에 투자했다면 8일 종가 기준으로 13.6%의 누적 평가수익률을 얻을 수 있고, KODEX 코스닥 150에 투자했다면 22.7%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커피캔 포트폴리오’ 투자기법처럼 주식투자의 성공은 대박종목 선정이나 마켓 타이밍 포착에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보통 사람들은 특정 시황이나 증시 등락에 상관없이 주식투자를 하는 것을 멍청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위의 실증사례와 연구결과들은 사람들의 믿음과 상반된 결과를 보여줍니다.

물론 매수매도의 마켓 타이밍을 정확히 포착할 수만 있다면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Winning the Loser’s Game』의 저자 찰스 엘리스(Charles Ellis)는 만약 투자자가 마켓 타이밍을 잘못 짚고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90일 동안 증시를 떠나 있었다면 22%의 손실을 입지만, 반대로 정확한 예측으로 최악의 90일 동안 완전히 주식시장에서 발을 뺐다면 무려 4178%의 수익을 얻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월스트릿저널에 투자 칼럼을 기고하는 제이슨 즈와이그(Jason Zweig)는 과거 109년간의 미 증시 역사에서 최고의 10일을 제외하면 총누적수익률의 3분의 2가 줄어든다고 조사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정확히 마켓 타이밍을 포착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동시에 또 마켓 타이밍을 잘못 예측하면 얼마나 위험스러운지도 함께 보여줍니다.

투자자들은 올 10월 증시는 많은 변수들로 인해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에 따라 더 정확한 매수매도 타이밍을 찾으려는 조바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습니다. 증권 뉴스나 투자전문가들의 전망 기사도 평소보다 더 많이 찾아보고 읽습니다. 열심히 찾고 분석하면 남보다 한 발 앞서 마켓 타이밍을 짚어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행동재무학의 많은 연구들은 마켓 타이밍을 쫓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커피캔 포트폴리오처럼, 삼성전자 사외이사 안 모씨처럼 우량주를 시황이나 마켓 타이밍에 흔들리지 말고 꾸준히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합니다. 변수가 많은 올 10월 증시에서 마켓 타이밍을 찾으려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있다면 귀기울일만 한 조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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