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고통에서 우리를 보는…” 진정성에 승부 건 노벨문학상 작가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20.10.09 10:03

202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루이즈 글릭…불편한 개인 기억에서 보편적 감정으로 승화

스웨덴 한림원은 8일(현지시각)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11월 19일 뉴욕에서 열린 내셔널 북 어워즈에 참석한 글릭의 모습. /AFP=뉴스1

‘조용하세요, 연인이여. 얼마나 숱한 여름을 내가/살아서 되돌아왔는지, 그게 내겐 중요하지 않아요./올해 한 차례 여름으로 우리는 영원에 들어섰어요.~’(‘흰 백합’ 중에서, 양균원 대진대 교수 번역)

202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루이즈 글릭(77)은 주로 1인칭 화법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그의 언어는 상실, 아픔, 고통과 같은 우리 삶의 보편적 문제와 곧잘 이어진다.

개인적 언어가 보편적 가치로 승화하는 순간이다. 때론 거친 시적 언어가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구어체로 던지는 진정성의 깊이에 호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노벨 위원회 안데르 올슨 위원장은 “글릭은 신화와 고전적 모티브에서 영감을 얻은 시적 표현으로 개인의 이야기를 보편적 가치로 변용시켰다”고 평가했다.

뉴욕 태생으로 현재 예일대 영문학과 교수인 글릭은 국내에선 낯선 이름이지만 1994년 퓰리처상, 2014년 내셔널 북 어워드를 받을 정도로 미국 현대문학에서 중요한 시인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그의 시는 무엇보다 개인의 불편한 과거 기억으로 출발해 누구나 수용하는 보편적 감정으로 수렴한다. 데뷔작 ‘맏이’(Firstborn, 1968)에선 어린 시절의 기억을, ‘아베르노’(Averno, 2006)’, ‘아킬레스의 승리’(The Triumph of Achilles, 1985) 등에선 과거 신화 이야기를 통해 지금 우리가 겪는 감정의 무게와 깊이를 동기화한다.


지난 2016년 루이즈 글릭이 미국인문예술 메달을 받기 위해 찾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축하를 받고 있다. /AP=뉴시스

글릭은 한 에세이에서 “언니의 죽음은 내 경험이 아니었지만 그녀의 부재는 내 경험이었다”며 “그녀의 죽음이 나를 태어나게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섭식 장애와 고등학교 중퇴, 7년간 이어진 정신 상담 치료 같은 이야기도 가감 없이 전한다.

글릭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여성 수상자로는 1901년 이후 16번째이며 여성 시인으로는 1996년 폴란드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이후 처음이다.

양균원 교수는 “글릭은 ‘나’라는 문제를 통일되지 않은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서정적으로 풀어내는 작가”라며 “사적이지만 자기중심적이지 않고 시대의 목소리로 나아가고자 했다”고 말했다.

글릭은 모두 12권의 시집과 에세이를 냈지만, 국내 번역된 책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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