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까지 나온 '돌봄 갈등'…"국가교육회의서 공론화해야"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0.10.03 09:10

전담사 "보육도 교육과 연계 필요" 교총 "궤변 좌시 안 해"
교육부 "초등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없다" 입장 유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이 초등돌봄교실 돌봄전담사 농성돌입·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시간제 폐지와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뉴스1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정부에서 추진 중인 온종일돌봄체계를 두고 돌봄전담사 사이에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초등돌봄교실 지자체 이관은 없다고 밝혔지만 돌봄전담사를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원단체는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으로 교육과 보육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마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온종일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계속 추진될 경우 단체는 11월 초 돌봄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온종일돌봄체계는 학교를 마친 아이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시간에' 돌봄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온종일돌봄체계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해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온종일돌봄체계와 관련해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에는 권칠승(더불어민주당)·강민정(열린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특별법안이 심사를 받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돌봄과 관련해 지자체 역할이 이전보다 뚜렷해질 전망이다.

해당 법안들을 두고 돌봄전담사가 우려하는 대목은 초등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가능성이다. 권 의원 법안에서는 사회부총리인 교육부 장관이 관계부처가 제출한 계획을 종합해 온종일돌봄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한다. 지역 단위에서는 지자체장이 시·도교육감과 협의해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한다.

돌봄전담사들은 지자체장을 시행계획 책임 주체로 놓으면서 사실상 학교돌봄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자체 이관이 가능해지면 결국 민간위탁으로도 길이 열려 학교돌봄이 '돌봄장사'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학교 인력·교육과 연계성도 떨어지며 지자체 역량 부족으로 돌봄교실 수준이 떨어지는 점도 반대 이유로 꼽힌다.

근무여건 악화와 고용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도 시간제로 학교 사정이나 방학에 따라 고용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데 돌봄이 민간 영역으로 넘어가면 고용불안 악화가 뻔하다는 것이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온종일돌봄체계에서도 학교와 교육청이 돌봄 책임주체로 명시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는 온종일특별법안에 지자체 이관 규정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초등 방과후돌봄을 2022년까지 10만명 확대해도 7만명은 초등돌봄교실 몫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학교 교실을 활용해 지자체가 운영하는 돌봄이 늘어난다고 해도 만족도 높은 돌봄을 제공할 수 있다고도 나타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도 시범사업이나 자체적으로 지자체 운영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면서 "초등돌봄교실과 지자체 운영 돌봄교실이 병존하는 곳에서도 만족도 높은 모델이 많다"라고 말했다. 지자체 의지와 운영방식이 관건이지 지자체가 운영한다고 해서 돌봄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지난 4월14일 긴급돌봄을 실시 중인 경기 안양 소재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뉴스1 © News1

하지만 충남에서 근무하는 한 돌봄전담사는 "기우라고 말하지만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민간업체가 온종일돌봄특별법으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기는 것"이라며 "민간에서 학교시설을 대여해 수익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반대하기 힘들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온종일돌봄체계를 통해 지자체 연계 등으로 양적으로만 돌봄교실을 늘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면서 "10년 넘게 초등돌봄교실이 쌓아온 노하우가 있는데 전혀 준비가 안 된 지자체로 넘기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교원단체들은 돌봄교실과 관련해 이전부터 돌봄은 지자체 소관이라는 입장을 동일하게 이어왔다. 교육과 보육은 서로 다른 영역이며 교사가 돌봄교실에 투입돼 오히려 교육활동을 침해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돌봄 관리와 민원 대응 등으로 업무 과중을 호소하는 일선 교사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예고한 돌봄파업을 두고도 교원단체에서 연이어 비판 성명이 나오면서 돌봄전담사와 교사 간 대립각도 심해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보육 업무를 감내·희생해온 교사들에게 '보육도 교육'이라는 궤변으로 떠넘기는 일을 더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등돌봄교실 운영주체를 지자체로 하자는 것을 두고 책임 회피로 호도하거나 왜곡할 일은 아니다"면서 "학교는 학생 교육에 전념하고 지자체는 주민 수요를 반영한 돌봄을 복지 차원에서 더 내실 있게 하자는 호소로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에서는 돌봄교실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섣부른 법안 처리보다 충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교육분야 정책위원은 "지난 2018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온종일돌봄체계 구축방안을 내놓을 때부터 지니고 있던 문제"라며 "의견 수렴도 부족하고 정책설명도 부실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지자체 이관이라는 내용에 당사자 사이 찬반이 엇갈리는 만큼 갈등을 초래하면서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공론화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송 정책위원은 "국가교육회의가 지금이야말로 맡은 소임을 다할 때"라면서 "당사자와 국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가장 적합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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