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거품 싹 민 면도날…2030 남성들 '정기구독' 꾹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 2020.10.14 04:00

[스타트UP스토리]김정환 레이지소사이어티 대표 "내년 30만 구독 목표"

김정환 레이지소사이어티 대표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일회용 면도기 세계 판매 2위 기업 ‘빅’(BIC)에 무작정 e메일을 보냈습니다. e메일을 보낼 때마다 새로운 구독경제 사업모델을 설명했고 10통을 보낸 끝에 드디어 연락이 왔습니다.”

김정환 레이지소사이어티 대표(사진)는 프랑스 생활용품기업 빅의 면도날을 한국에 독점 수입·유통한 비결을 묻자 이같이 설명했다. 2017년 11월 설립된 레이지소사이어티는 김정환 대표를 비롯해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동문 4명이 설립한 남성용품 구독경제 스타트업이다. 지금은 매달 8900원을 지불하면 5중면도날 4입을 정기배송하는 서비스를 한다.

면도날은 생필품 가운데 유독 비싼 편이다. 원가율은 판매가의 5%에 불과하다. 사실상 독과점시장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면도날을 생산하는 업체는 빅을 비롯해 질레트 등 5곳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면도기는 매일 사용하지만 브랜드 교체가 적고 주기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유일한 남성 제품”이라며 “유통·마케팅비용 거품을 없애고 품질이 보장된다면 밀레니얼세대를 공략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BIC, 청년 끈기로 사로잡다


김정환 레이지소사이어티 대표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레이지소사이어티는 첫 아이템으로 면도기를 생각했지만 문제는 제품 확보였다. 한국에 이미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스타트업에 자신의 제품 유통을 맡길 이유가 없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기업이 빅이다. 빅은 전세계 매출이 3조원 넘는 다국적기업으로 볼펜과 일회용 라이터 세계 판매 1위 기업이다. 일회용 면도기도 세계 판매 2위다. 2003년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지만 면도기는 유통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2017년 2월 무작정 공식 e메일로 간략한 회사소개서를 보냈다. 이어 한 달 동안 한국 면도기 시장분석 보고서, 한국 남성 구독경제 보고서 등 10통의 e메일을 잇따라 보냈다. 묵묵부답이던 빅은 10통의 e메일을 받은 뒤 연락이 왔다.

김 대표는 “빅은 우리가 생각한 구독경제 모델로 유럽에서 론칭을 준비 중이었다. 자신들의 전략과 비슷한 점에 흥미를 느끼고 연락을 해왔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약 7개월 간의 협의 끝에 2017년 10월 빅과 면도날 독점유통 계약에 성공했고 그해 11월 회사를 설립했다.




아시아 최초의 5중날 면도기, 韓 청년을 잡아라


레이지소사이어티는 2018년 5월 베타서비스를 시작하고 빅의 3중날 면도기를 선보였다. 하루에 1000명이 가입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하지만 한 달 뒤 대부분 가입자가 구독을 해지했다. 문제는 3중날 면도기였다. 5~6중날 면도기가 보편화한 한국에서 3중날 면도기는 외면받는 분위기였다. 김 대표는 빅 본사를 설득했다. 빅은 아시아인은 5중날 면도기까지 필요없다고 주장했고 김 대표는 고객들의 불만들을 정리해 프랑스 본사로 보냈다. 한국 면도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5중날이 꼭 필요한 이유도 담았다.

이같은 과정 끝에 2018년 8월 레이지소사이어티는 아시아국가 최초로 빅의 5중날 면도기 유통권을 획득했고 2019년 1월 본격적인 서비스를 론칭했다.



10만 회원 확보, 시리즈A 유치로 2021년 30만 확보 목표


레이지소사이어티는 올해 3월 론칭 1년 만에 BEP(손익분기점)를 달성했다. 회원 수도 10만명으로 늘었다. 주요 회원은 수도권의 20~30대 남성이다. 레이지소사이어티는 소비자가 100원을 내면 면도핸들 1개와 면도날 1입이 담긴 체험팩을 보내준다. 이 체험팩을 받은 사용자의 90%가 추가 구매하고 이중 60% 이상이 정기구독을 한다. 회사는 면도날에 이어 로션과 셰이빙젤로 품목을 확대했다. 다음달에는 클렌저도 출시할 계획이다.

레이지소사이어티는 지난 8월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롯데엑셀러레이터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를 기반으로 구독경제 제품과 고객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건강기능식품, 탈모용품 등 다른 남성 카테고리로 영역을 확장해 내년까지 30만 구독자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며 “소비자들이 더 저렴하고 쉽게 제품을 받도록 다양한 파트너와 협업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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