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조직된 극우 음모론 유포단체 ‘큐아논(Qanon)’이 어느새 유럽 깊숙이 파고든 것이다. 유럽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도 큐아논의 음모론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국자’로 칭하면서 논란과 관심의 한 가운데 선 이 단체는 어떻게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을까.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까지만 해도 큐아논은 고사 직전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8월 텍사스 엘파소에서 한 백인우월주의자가 무차별 총기를 난사해 22명이 숨졌고, 이 때문에 미 수사당국이 큐아논 등 극단주의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모두 차단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서서히 관심을 잃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한 것이 반전의 기회가 됐다. 큐아논은 혼란에 빠진 사람들을 향해 마스크 착용은 효과가 없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백신을 팔기 위해 일부러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등의 루머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마저 자신을 ‘구원자’로 여기는 큐아논을 좋게 봤는지 ‘애국자’라고 부르며 옹호하며 불을 붙였다.
최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한 것은 큐아논이 유럽으로까지 마수를 뻗는 계기가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두고 “코로나19의 혼란한 틈을 타 큐아논 역시 바이러스처럼 퍼지고 있다"면서 "큐아논은 어느덧 독일에 세계 두 번째로 큰 세력을 구축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처럼 양당이 치열하게 대립하지도 않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72%라는 높은 지지율을 올리는 독일에서 큐아논이 성장한 것은, 마치 과거 나치당이 음모론을 설파하던 어두운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일의 ‘제국 시민운동’과 같은 극우단체들이 큐아논을 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DW는 영국에선 극단적인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큐아논의 음모론에 빠르게 빠져들고 있다고 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구세주’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이라고 믿기 때문에 큐아논의 세계관을 자신들의 방법으로 융합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이나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도 큐아논의 주장을 전파하는 다수의 SNS 계정들이 활동하고 있어, 사실상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캐나다 컨커디어대학에서 큐아논을 연구하는 마크-안드레 알젠티노는 NYT에 지난 7월 이후 큐아논 관련한 온라인 그룹의 회원 수가 300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독일 슈피겔에서 인터넷 동향에 관한 칼럼을 게재하는 사샤 로보는 “마치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듯 여러 음모론을 혼합하고 매칭하는 접근법은 터무니없거나 억지스러운 주장도 연관성있게 보이게 만든다”면서 “큐아논은 오늘날 인터넷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위험한 음모론 집단 중 하나”라고 말했다.
DW는 큐아논의 영향력은 온라인에서만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DW는 지난 2월 독일 하나우에서 총기 난사로 11명이 사망한 사건에서도 용의자가 큐아논이 주장하는 음모론을 그대로 펼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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