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 광주천변 산책로. 움푹 파여 자갈이 드러난 산책로 옆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각종 철제와 벽돌, 쓰레기가 무더기로 쌓여있다.
산책 나온 시민들은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자전거와 사람을 피하랴, 들쑥날쑥 튀어나온 쓰레기 더미를 피하랴, 위태로운 산책을 두달 동안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8일과 9일 광주에 평균 306㎜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도로가 유실되고 침수, 산사태가 잇따랐다. 광주천 역시 당시 홍수가 우려돼 인근 양동시장 상인과 주민 등 2300여명이 긴급 대피했고 비 피해로 도로 곳곳이 유실됐다.
하지만 비가 그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 두달이 돼가지만 곳곳에 남은 피해 흔적은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양동시장 상인 조선희씨(70·여)는 "천변 도로를 자주 오가는데 도로가 다 파여서 넘어질 뻔한 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여기가 산책로인지 공사판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전거를 끌고 오던 김모씨는 "여기가 원래 자전거 도로인데 산책길이 다 망가져서 사람들이 이 자전거 도로로 걷는다. 자전거도 사람도 위험해서 자전거도 못 타고 사람들도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안전뿐 아니라 위생도 문제다.
호우 때 쓰러져 여전히 바닥을 나뒹구는 운동기구 옆에는 빈 막걸리 병부터 시민들이 버리고 간 마스크, 가전제품, 심지어 소화기까지 모여 쓰레기 더미를 만들었다. 그 높이는 성인 무릎을 훌쩍 넘었다.
산책을 나온 한 시민은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헬스장을 못 가서 밖으로 나왔는데 너무 위험하다. 운동하러 갈 곳이 없다. 우리나라가 항상 그랬지만 누구 하나 다쳐야 고쳐줄 건가 싶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천변 도로를 관리하는 한 관계자는 "지역 내 여기저기에 유실이 많아 광주천의 점검이 비교적 늦어졌다. 시민들의 불편함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 최대한 빨리 복구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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