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문파 인사들, 김정은 메시지에 '복음' 날아온 듯 나서"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 2020.09.26 14:47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사진=머니투데이DB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여당을 향해 "야만이 정당화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위원장은 북한이 통지문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히자 청와대와 여권의 태도가 돌변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북의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규탄하던 청와대와 여권의 태도가 하루 만에 돌변했다"며 "청와대는 어제 하루 두 번이나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하는 브리핑까지 했다. 청와대 춘추관이 북의 공보실이 된 듯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자 뜻밖의 '복음'이라도 날아 온 듯 정부 내외의 문파 인사들이 일제히 나섰다"고 밝혔다.

이어 "여당 대표는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이 흐른다'며 반색했고, 통일부 장관은 '미안하다'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북의 변화를 실감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국정원장도 가만있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김정은 면죄부'를 발부했다. 여당 인사들도 '남북관계를 반전시킬 계기'라는 등 이들과 입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장외 문파는 한술 더 떴다. 어떤 이는 유튜브 생방송 중 '희소식'이라 쾌재를 불렀고, 어떤 이는 김정은의 '통 큰 면모'를 추켜세우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전날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한 토론회에 참석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청와대만 해도 그렇다. 사건 초기 '핫라인이 작동하지 않아서'라는 핑계를 댔지만, 정작 어떻게 청와대와 노동당 간 친서라인은 유지 가동될 수 있었는지 말이 없다. 또 사건 발생 후 그렇게 신속했던 '통지문' 전달라인이 국민구조가 절실할 땐 왜 그리 먹통이었는지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중요한 것은 '야만'이 정당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화가 나는 정도가 아니라 분하고 분해 숨조차 쉬지 못할 지경이다. 어렵게 쌓아 온 문명의 역사가 다시 내려앉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분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런 야만이 현장의 즉흥적 판단에 의해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북한 같은 전제국가에서 이런 일이 현장의 자율적이고 즉흥적인 판단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이런 야만이 제도화 돼 있다는 말이고, 김정은은 보고를 받았건 받지 않았건 이런 제도화된 야만을 만들고 유지하는 집단의 우두머리라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런 자명한 일을 앞에 두고, 김정은은 몰랐을 것이라고, 그래서 책임이 면제된다고? 심지어 이 사건이 오히려 남북관계의 전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며 "야만에 대한 야만적 칭송이자 변명"이라고 일갈했다.

또 "평화도 통일도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이루어야 하는 것"이라며 "정권의 안정성이 아무리 중요해도 끝내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고, 일이 있는 것 아닌가. 어찌하다 이 나라에 야만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나. 그것도 '민주' '인권' '정의' '평화' '공정'의 거짓 깃발로 그 얼굴을 가린 채 말이다"고 개탄했다.

김 전 위원장은 "몹시 분하다. 이를 바로 잡을 힘도 세력도 없는 것 같아 더욱 그렇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 전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내며 한때 '노무현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김 전 위원장은 2018년 한국당이 지방선거에 참패한 뒤 그해 7월부터 2019년 2월까지 한국당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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