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인생을 되물림하지 않기 위해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20.09.26 06:30

[따끈따끈 새책] ‘인간의 내밀한 역사’…과거와의 대화는 어떻게 현재의 삶을 확장하는가

51세 쥘리에트는 어머니에 이어 자신도 가정부로 평생 살아왔고 자식들도 그와 흡사한 일을 하고 있다. 그녀의 삶이 바뀔 수는 없었을까.

미래에 대한 새로운 삶의 비전은 과거를 새롭게 봄으로써 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만 개인의 기억과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인류사 전체를 통해 이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쥘리에트의 불행 이면에서 저자는 자신을 실패자로 간주하거나 그렇게 취급되어온 모든 사람들을 본다. 자기 삶을 소유하지 못하고 독립적인 인격으로 대우받지 못하며 남들의 의지에 따라 생이 결정돼 온 사람들의 역사를 본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노예제 역사를 살피며 자유란 단지 법으로 보호되는 권리의 문제만은 아니라 오늘날 희망은 무엇보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는 전망에 그 토대를 두고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책의 각 장에 가정부, 순경, 화가, 의사, 시장 등 각계각층의 프랑스 여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번민하고 소망하는 주제들, 무기력, 사랑, 욕망, 외로움, 우정, 권력 등을 중심으로 인류가 이런 주제들에 어떻게 대처해왔는지 살핀다.

저자가 기술하는 역사는 유물이나 연대기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유의 확대에도 왜 삶의 방향감각을 찾을 수 없는지, 남성과 여성이 어떻게 서로에 대한 희망을 잃어왔는지, 왜 증오와 공포가 우리 삶을 떠나지 않는지 등 오늘날 현대인의 내면을 속박하는 문제들에 관심을 둔다.


인류가 오랜 시간 근심해온 주제들의 기원을 추적하고 왜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게 됐는지를 그려낸다.

이를테면 바이킹들이 품은 경멸에 대한 공포와 평판이라는 현대의 공포를, 10세기 일본 상류사회에서 벌어졌던 성해방의 역사와 현대 여성이 겪는 이성 관계의 좌절을, 기원전 2세기 도교도들이 만든 해방구와 경쟁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도피를 연결하며 새롭게 읽어내는 식이다.

한 사람의 짧은 생 안에서는 도무지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문제도 전 인류의 역사라는 광활한 지평 위에서 보면 새로운 실마리를 드러내는 까닭이다.

저자는 “미래를 새롭게 보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를 새롭게 봐야 한다”며 “자신의 개인적인 뿌리에만 연연하지 말고 태어날 때 물려받은 유산인 인류의 경험 전체에 대해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내밀한 역사=시어도어 젤딘 지음. 김태우 옮김. 어크로스 펴냄. 736쪽/3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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