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확대된다. 새로운 교육 방식은 시작됐지만 문제는 중·하위권 성적의 아이들이다. 공부를 좋아하고 잘하는 상위권 아이들은 어쨌든 수업 진도 등 교육 과정을 따라간다.
대면수업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학습 여부는 철저하게 학생 본인 자율에 맡겨진다. 코로나19 여파로 공교육이 그나마 담당하던 아이의 학습 습관을 가정에서 떠맡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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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열과 재력에 좌우…심화되는 학습격차━
중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교과서를 훑어볼 때마다 국영수 과정이 초등학교 때보다 훨씬 심화됐다고 느낀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등 대학 입시의 성패를 가를 기초를 다질 시기라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수입이 많지도 적지도 않는 중산층을 자처하지만 그래도 한달에 약 50만원에 달하는 과외 비용은 생활비에 적잖은 부담이다.
송모씨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학습이 부진한 학생들은 오히려 등수를 올릴 기회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등교 수업이 제한되면서 모두가 공부를 전보다 안 하고 학습 집중력도 떨어지면서 우리 아이도 과외를 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든다"고 말했다.
원격수업이 시작된 후 학부모 10명 중 8명은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 23일 발표한 '원격수업에 따른 사교육 인식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명 중 8명(79.1%)은 원격수업 이후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학부모 응답자의 83%는 '필요하다'고 답했고, '매우 필요하다'는 답변도 33%에 달했다.
교사들도 코로나19 여파로 실시된 원격수업 이후 학생들 간 학습격차가 커졌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지난 21일 발표한 '코로나19에 따른 초·중등학교 원격교육 경험 및 인식 분석' 결과에 따르면 원격 수업으로 학생 간 학습 격차가 확대됐다고 답한 교사는 79%('커졌다' 46.33%, '매우 커졌다' 32.67%)에 달해 교사 10명 중 8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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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격차와 교육격차는 비례?…"상대적 박탈감도 심화"━
지난 1학기 온라인 개학 이후 지금까지 각급 학교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 △콘텐츠 활용형 △과제 제시형 등 방식으로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 성남 분당은 교육열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분당 지역 중학교 학부모 A씨는 "분당 내에서도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1교시부터 7교시까지 전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는 날이 많다. 원격 수업 중 거의 90퍼센트가 실시간 방식"이라고 말했다.
A씨는 "처음에는 아이가 힘들고 귀찮아했지만 집중을 할 수밖에 없어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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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사립, 일반·특목 격차 해소 필요━
경기 북부 지역 고2 학생 B씨는 "우리 학교는 EBS 강의를 활용한 콘텐츠 활용 수업이 거의 대부분이고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외고 등 특목고나 근처 사립 학교에서는 화상 프로그램을 이용한 실시간 수업이 많다는데 우리는 보다 열악한 여건에서 공부한다는 위화감이 든다"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공립 고교 교사 C씨는 "지역민의 소득이 높고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는 원격 수업을 EBS 강의로 대체하지 말고 교사들이 직접 실시간 수업을 해달라는 학부모의 요구가 크다"며 "외고 등 특목고도 교육 여건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시간 쌍방향 대신 EBS 강의를 활용한 콘텐츠 활용 수업을 주로 진행하는 학교도 공립을 중심으로 상당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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