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알면 안 된다"며 숨는, 성착취 피해 청소년들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 2020.09.24 14:53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1000여개를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로 신상공개가 결정된 배준환(37)이 지난 7월 제주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배준환은 피해자에게 "죄송하다"고 짧게 답했다./사진=뉴스1
미성년자 성착취물 1300개를 제작한 혐의 등으로 신상 공개된 배준환(37·경남) 사건의 어린 피해자들이 부모에게 피해 사실이 알려질까봐 불안에 떨며 국선 변호사 연락까지 피하고 있다.

24일 오전 제주지방법원에서는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 심리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및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배준환 사건 첫 공판이 열렸다.

배준환은 검거 당시 덥수룩했던 머리를 짧게 깎고 안경과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섰다. 그는 검찰이 공소사실을 읽어내리는 동안 고개를 숙이고 눈물 닦는 모습도 보였다.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배준환 변호인 측은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의 정신감정을 의뢰해 심신미약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어린 피해자들은 "부모가 피해 사실을 알면 안 된다"며 성범죄 피해자에게 선임되는 국선 변호인의 연락마저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피해자 부모는 "착했던 딸이 범행 사실을 알고 비행 청소년이 됐다"며 재판부에 엄벌을 탄원했다.

재판부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배준환 변호인에게 "합의하고 싶겠지만 무리하게 피해자들과 연락을 취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배준환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29일까지 약 1년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청소년 44명을 유인해 성착취물 1293개를 제작하고 이 중 88개를 음란사이트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올해 초 'n번방', '박사방'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할 때도 유사한 수법으로 다수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있던 셈이다.

배준환은 오픈채팅방에 '수위 미션 성공하면 기프트콘, 문상(문화상품권) 등을 주겠다'는 글을 올려 청소년들을 유인했다. 전직 영어 강사라고 주장한 배준환은 '영강'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다. 그는 또 성인 여성 8명과 성관계한 후 촬영한 영상 907개를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도 있다.

배준환은 지난 17일 비슷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이 구형된 A씨(29)를 '사부'라고 부르며 범행 수법을 배우고 서로 성매매를 알선하기도 했다.

A씨가 제작한 영상물은 사진 195개, 동영상 36개 등 총 231개로 피해자는 11명에 달한다. 검찰 수사 결과 A씨와 배준환은 미성년자 성착취에 그치지 않고 서로 10대 피해자를 소개하며 성관계를 맺은 사실도 확인됐다.

한편 배준환 사건 2차 공판은 10월15일 오전 11시10분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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