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청장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은 희끗희끗한 숏커트 머리다. 정 청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자 시간을 아끼기 위해 염색을 하지 않고, 대신 숏커트로 머리를 잘랐다. 이는 정 청장이 얼마나 성실하게 코로나19 대응에 매달리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정 청장이 국내외의 신뢰를 얻은 것은 이같은 성실성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질병관리본부(현 질병청), 보건복지부에서 쌓은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K-방역 체계를 보완·마련했다.
정 청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에서 전문의를 했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병원에 남아 전임의 과정을 거치는 것과 달리 정 청장은 보건학 석사, 예방의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1994년 경기도 양주시 보건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공공의료 분야에 첫발을 뗀 것이다.
정 청장은 당시 보건소에서 일하면서 전염병 신고 기준을 만들었고, 이를 계기로 1998년 국립보건원(질병관리본부의 전신) 훈련부 역학조사담당관으로 특채됐다. 2006년에는 보건복지부 혈액장기팀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2009년 질병정책과장, 2014년 응급의료과장을 맡았다. 정 청장은 이 기간 동안 특유의 성실함으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혈액관리 체계를 바꾸고, 국민건강영양조사의 틀을 새로 만들었다.
2014년 질병관리본부로 돌아간 정 청장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맞았다. 당시 정 청장은 메르스와 관계 없는 질병예방센터장을 맡고 있었으나 중간부터 투입돼 매일 브리핑을 맡았다. 메르스 종식 후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으로 정직 처분을 받았다가 이후 한단계 낮은 감봉으로 조정됐다. 중간에 투입된 정 청장까지 징계를 받는 것은 너무하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정작 정 청장은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이후로도 묵묵히 일한 덕분인지 정 청장은 2017년 7월 질병관리본부 첫 여성 본부장이 됐다. 정 청장은 본부장이 되자 역학조사관 충원, 진단검사, 동선 추적 등 신종감염병 대응의 기초를 마련하고, 이를 강화했다. 메르스와 같은 사태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에는 '원인불명 집단감염 대응절차' 메뉴얼을 마련했다.
정 청장은 국내 코로나19 발생 후 9개월 간 방역을 이끌었다. 지난 12일 질병청 초대 청장 자리에 올라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정 청장은 취임 후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게 질병청이 코로나19 극복과 신종 감염병 대응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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