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충북 충주시 엄정면 논강마을에 사는 김명숙씨(50) 집 앞마당에는 대형 트럭을 타고 온 조립식 주택이 놓였다.
임시 주거용 조립주택은 방과 주방, 화장실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규모가 24㎡로 다소 작다.
김씨는 8월 초 집중호우로 집 옆 하천이 주택과 창고로 들이닥쳐 집이 완파 판정을 받고 농경지 1300여㎡가 유실되는 큰 피해를 봤다.
주택은 겉으로 보기에는 파손된 흔적이 없는데 급류에 주택 아래 토사가 반 이상 쓸려 내려가 사실상 공중에 반쯤 떠 있는 상태다.
불과 6년 전에 새로 지은 김씨 주택은 건축 전문가들도 회생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비 피해 이후 김씨는 남편과 시부모와 함께 창고에 있는 단칸방에서 생활하다가 이날 임시 주거용 조립주택을 받게 됐다.
창고에서 생활하던 김씨는 비 피해가 난지 정확히 한 달째 되는 9월 3일 10호 태풍 하이선이 몰고 온 강풍에 비닐하우스 한 동을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바람에 가로 10m, 세로 20m, 높이 15m나 되는 비닐하우스가 통째로 나뒹굴었을 정도다.
이번 태풍으로 블루베리 나무 800그루 중 100그루가 완전히 못 쓰게 됐고, 100그루는 가지가 꺾여 제구실을 못 하게 됐다.
김씨 가족은 주택이 완파해 재난지원금으로 1600만원을 받는데, 주택 철거비만 2500만원이다.
임시 주거용 조립주택에는 최대 2년간 무상으로 거주할 수 있고, 이후에도 계속 거주하려면 돈을 주고 사야 한다.
조립주택 1동은 기초 공사비 500만원과 건물값 3000만원 등 모두 3500만원이 들어갔다. 2년 뒤 감정평가를 거쳐도 농사짓는 처지에서 쉽게 살 수 없는 가격이다.
김씨는 "내 인생에 이런 날이 있을 줄 몰랐다"면서 "6년 전부터 하천 정비를 해달라고 면사무소 등에 요구했는데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2년 안에 집을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거 같다"며 "원하는 기간까지 조립주택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충주 엄정면에는 8월 3일 하루에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하천 범람, 산사태 등으로 많은 주민이 피해를 봤다.
행정안전부와 충주시는 이재민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임시 주거용 조립주택 13동을 추석 전까지 설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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