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입찰에 촉박한 일정…신성약품 백신 사태는 예견된 '인재'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 2020.09.23 13:17

업계, 원인으로 '저가입찰' 지목…신성약품도 책임져야

(김포=뉴스1) 정진욱 기자 = 국가접종용 독감 백신이 유통 과정 중 상온에 노출돼 접종 일정이 전면 중단됐다. 백신 유통을 맡은 신성약품 김진문 회장은 백신 중단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은 23일 오전 경기 김포시 고촌읍에 위치한 신성약품의 모습.2020.9.23/뉴스1
국가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사업이 중단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배경에 국가 백신 저가 입찰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정부가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입찰을 진행한 탓에 최종 계약이 늦어졌고, 국가 백신 조달 경험이 없던 신성약품이 급하게 백신 유통을 맡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다만 신성약품 측은 이번 사태가 낮은 단가와 관련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운송과정서 냉장차 문 열어놔


23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질병청)은 지난 21일 오후 백신 국가조달 계약업체인 신성약품이 유통한 백신 500만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 중 일부가 유통과정 중 상온에 노출됐다는 내용의 신고를 받고, 독감백신 무료접종사업을 중단했다.

백신의 경우 생산부터 접종 직전까지 섭씨 2~8℃ 환경에서 보관해야 한다. 신성약품은 일부물량 배달을 A배송업체에 맡기고, A배송업체는 시, 구단위의 지역배송을 B업체에 재하청을 줬다. A 업체는 신성약품으로부터 백신을 받아 지역 거점 물류센터로 이동했고, 이를 B업체의 작은 냉장차로 옮기는 과정에서 배송차량 중 일부가 냉장차 문을 열어두거나 백신상자를 땅바닥에 내려놨다.

이 과정에서 신성약품이 아이스박스가 아닌 종이상자에 백신을 넣어 배송했다는 것도 논란이 됐다. 다만 백신의 경우 냉장차량으로 직접 수송하는 경우에는 아이스박스에 넣지 않아도 된다.


업계 "신성약품 대규모 백신 유통 어려웠을 것"


업계에서는 대규모 백신 유통 경험이 없었던 신성약품이 단기간에 국가백신 유통을 맡은 탓에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보고있다. 경험이 없는 업체들이 백신 운송을 맡으면서 백신 운송의 기초적인 부분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백신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백신 유통을 오래한 업체들의 경우 하청, 재하청 업체들이 정해져있는데 신성약품은 이번에 국가백신 조달 계약을 따내면서 이를 결정했을 것"이라며 "백신 운송은 까다롭기 때문에 생각보다 이를 할 수 있는 업체들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성약품 측도 배송일정이 빠듯했다고 주장한다. 질병청은 지난 6월30일 올해 독감 백신 유통 입찰을 시작했지만, 단가 문제로 네 차례나 유찰되면서 시간이 지연됐다. 여기에 국가 백신을 조달한 경험이 있던 업체들은 입찰방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 때문에 업체들은 백신 제조사로부터 백신 공급 확약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2순위였던 신성제약이 지난달말쯤 최종계약을 체결했다.



"백신 저가 입찰 영향…신성약품도 책임져야"


국가 백신 유통 입찰이 늦어진 것은 단가가 낮은 탓이다. 백신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제시한 백신 가격이 너무 낮았기 때문에 유찰이 계속된 것"이라며 "그동안 업계에서 정부에 백신 공급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조달 입찰가는 1도즈 당 8790원으로 시중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신성약품은 1도즈당 8620원으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신성약품 측은 이번 사태와 낮은 백신 단가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백신 유통 입찰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가 있었든 신성약품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백신업계 관계자는 "입찰이 어떻게 됐든지간에 정해진 기일 안에 문제 없이 배송을 했어야 했다"며 "배송기사 교육 등은 신성약품의 몫"이라고 했다.

질병청은 신성약품의 백신 공급을 중단하고, 유통과정에서 생긴 문제들에 대해 조사 중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백신 품질검사와 관계부처 합동조사를 통해 신성약품과의 계약지속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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