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무료 예방접종 올스톱…'트윈데믹' 방역 구멍나나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최태범 기자 | 2020.09.23 05:13
인플루엔자 백신 조달 계약 업체의 유통과정에 문제가 발견돼 국가 예방접종 사업이 잠정 중단된 가운데 22일 경기 수원 한국건강관리협회에 접종 중단 안내문구가 붙어있다. / 사진=수원(경기)=김휘선 기자 hwijpg@
국가예방접종용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일부가 유통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돼 무료 예방접종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문제가 된 백신 공급업체는 신성약품으로 올해 처음으로 조달업무를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청(질병청)은 해당 백신에 대한 긴급 품질검증에 착수했지만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접종 재개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올해 겨울 독감과 코로나19(COVID-19)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막겠다는 방역당국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백신 일부 상온 노출...무료 예방접종 올스톱━


정은경 질병청장은 22일 충북 오송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독감 백신 500만도즈 중 일부가 상온에 노출됐다는 신고를 전날 오후에 받았다”며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기 전까지 무료 예방접종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당초 질병청은 이날부터 만 13~18세 청소년과 임산부, 62세 이상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독감 백신 무료 예방접종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독감 백신 2회 접종 대상자인 생후 6개월에서 9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무료 예방접종은 지난 8일부터 시작했다. 전체 무료 예방접종 대상자는 1900만명 정도다.

문제가 된 백신은 이날부터 무료 예방접종을 시작하려고 준비한 만 13~18세 청소년 대상 물량이다. 백신이 보관 온도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 단백질 함량이 낮아져 약효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생후 6개월에서 9세 미만 어린이에게 이미 공급된 백신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 청장은 “현재까지 약 11만 8000명 정도의 예방접종이 진행됐다”며 “아직까지는 이상 반응이 신고된 사례는 없는 상황이며 이상 반응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히 모니터링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주=뉴스1) 장수영 기자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가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중단과 관련한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한 백신은 13∼18세를 대상으로 무상접종을 하려던 물량으로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돼 접종이 중단됐다. 2020.9.22/뉴스1



━신성약품 첫 조달업체 선정…질병청 "계약지속여부 검토"━


문제가 된 백신은 국가조달 계약업체인 신성약품이 유통한 물량들이다. 국가 예방접종용 백신은 정부가 확보한 물량을 국가조달 계약업체를 통해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방식과 민간의료기관이 따로 확보한 백신에 대해 정부가 수가를 보전해주는 방식 두 가지다. 질병청은 올해 신성약품과 계약을 체결하고 백신 1259만도즈를 의료기관에 공급하기로 했다.

신성약품이 독감 백신 조달을 맡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업계에서 초보 업체의 경험 미숙으로 사건이 터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초 백신 구매 입찰 2순위 업체였으나, 1순위 업체가 공급 확약서를 제출하지 못해 신성약품이 조달 계약을 따냈다. 입찰이 진행되는 동안 백신을 조달했던 업체들은 입찰방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 때문에 업체들은 백신 제조사로부터 백신 공급 확약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네 차례 유찰 끝에 신성약품이 최종 낙찰을 받아 1259만 도즈를 1100억원 정도에 공급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독감 백신 조달 초보 업체의 경험 미숙으로 사건이 터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성약품은 배송업무를 위탁업체를 통해서 진행했는데 이중 일부 업체가 냉장차에서 백신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시킨 것이다. 독감 백신 조달업체는 보관온도 2∼8℃를 유지한 상태에서운반해야 한다. 백신이 보관온도 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될 경우 약효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질병청 관계자는 “신성약품의 위탁을 받은 일부 배송업체가 냉장차를 이용해 백신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백신이 상온에 노출됐다”며 “정확히 어느정도 물량에 문제가 있는지는 신고 내용과 업체 진술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조사를 통해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질병청은 신성약품의 백신 공급을 중단하고, 유통과정에서 생긴 문제들에 대해 조사 중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백신 품질검사와 관계부처 합동조사를 통해 신성약품과의 계약지속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질병관리청은 22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지난 21일 오후 인플루엔자 백신 조달 계약 업체의 유통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오늘부터 시작되는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 유통 중 상온 노출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 현재까지 접종된 사례 중에는 이상 반응 신고 사례가 없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2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소아병원에서 본 독감 백신 앰플의 모습. 2020.9.22/뉴스1


━품질 검증 2주 소요...공급계획 차질 불가피━


질병청은 올해 독감과 코로나19의 동시 유행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독감 백신을 유통량 대비 24%, 사용량 대비 36% 증가한 총 2964만도즈 확보했다. 전 국민의 57%가 접종할 수 있는 규모다. 만약 문제가 된 백신 500만도즈 전량 폐기되더라도 남는 물량은 2464만도즈로 지난해 전체 유통량 2391만도즈 보다 많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독감 백신 공급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문제가 된 백신의 품질 검증에 2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질병청은 예상했다.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백신의 폐기 여부나 물량 등도 정해지지 않았다.

정 청장은 “품질검증 기간은 2주 정도로 잡고 있다”며 “ 품질이 검증된 제품부터 순차적으로 공급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플루엔자 백신 유통관리에 문제가 발생해서 송구하다“며 ”의료기관, 접종대상 국민 여러께서 양해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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