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관리청(질병청) 청장은 22일 충북 오송에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 관련 브리핑을 열고 "독감 백신 500만 도즈 중 일부가 상온에 노출됐다는 신고를 전날 오후에 받았다"며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기 전까지 예방접종을 일시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백신은 질병청이 당초 이날부터 무료접종을 진행할 예정이었던 13~18세 어린이 대상 백신 500만 도즈다. 국가조달 계약업체인 신성약품의 위탁을 받은 일부 배송 업체가 백신을 공급하면서 이중 일부가 상온에 노출됐다. 백신이 보관온도(냉장 2~8℃)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 백신의 효과가 낮아질 수 있다.
질병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약 2주간 품질 검사를 진행해 백신 500만 도즈 중 문제가 없는 제품부터 순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다만 아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백신 폐기 여부와 폐기 수량 등은 정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백신 공급이 부족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인플루엔자 백신 무료 접종 대상자는 생후 6개월~만18세, 임신부, 만 62세 이상 등 1900만명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인플루엔자 트윈데믹(동시 유행)을 막기 위해 올해 만 62세 이상, 13~18세 청소년이 무료접종 대상에 포함됐다.
여기에 인플루엔자 백신은 추가로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바이러스 주를 유정란이나 세포에 넣고 배양해, 독성을 약화시킨 후 만든다. 백신을 만드는데 유정란 방식은 6개월, 세포배양방식은 2~3개월이 걸린다. 여기에 시설 정비 기간, 기존 생산일정 조정 등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백신 생산에 돌입해도 연내 예방접종은 불가능하다.
이번 사태로 올해 인플루엔자 백신 물량이 예년에 비해선 부족하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백신 공급량은 지난해 인플루엔자 백신 유통량 대비 24%, 사용량 대비 36% 증가한 2964만 도즈다. 이는 전 국민의 57%가 접종할 수 있는 규모다. 만약 500만 도즈 전량에 문제가 생긴다하더라도 남는 물량은 2464만 도즈로 지난해 인플루엔자 백신 유통량 2391만 도즈 보다 많다.
백신 공급이 일시 중단된 만큼 예방접종 일정은 당초보다 늦춰지게 됐다. 정부는 올해 코로나19를 고려해 인플루엔자 접종을 지난해보다 1개월 앞당겨서 시작했다. 당초 이날부터 13~18세 어린이와 임신부 접종을 시작하고, 이후 △다음달 13일 만 75세 이상 △다음 달 20일 만 70~74세 △다음달 27일 만 62~69세 예방접종을 진행하려 했다.
정 청장은 "최대한 62세 이상 접종일정은 계획된 일정대로 진행이 될 수 있게끔 관리하겠다"며 "예방접종일이 내년이나 연말까지 지연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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