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가 주택가격 불안을 일으킨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고, 오히려 일대 신축이나 중심상권과 거리가 가까운 '비재건축' 단지가 주변 집값에 영향을 더 줬다는 분석이다. 올해부터 가구당 수억원에 달하는 재건축 부담금 징수가 예고된 가운데 나온 분석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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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연구팀, 강남3구 42개 단지 시세 분석.."비재건축 아파트가 더 시세 견인"━
연구팀은 강남3구 재건축 단지 중 가장 규모가 큰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강남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서초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송파구)를 대표 3개 단지로 선정하고 단지별로 주변에 재건축 7개, 비재건축 7개씩 총 42개 아파트 단지의 시세 동향을 조사했다.
분석 결과 재건축 아파트가 비재건축 아파트보다 가격이 더 늦게 오른 사례가 많았다. 재건축 아파트가 주변 시세를 견인한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반대 결과다.
강남구에선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와 비재건축 단지인 도곡렉슬(2006년 준공) 대치삼성(2000년 준공) 등이 다른 재건축 단지 가격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서초구에선 재건축을 앞둔 반포주공, 신반포2차와 함께 2002년 준공한 잠원동아 아파트가 주변 재건축 아파트보다 가격이 먼저 움직인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송파구에선 진주, 미성 등 재건축 아파트 시세가 엘스, 리센츠, 파크리오 등 비재건축 단지보다 늦게 움직였다.
연구진은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비재건축아파트 가격에 선행하며 집값 불안을 야기한다고 볼 근거는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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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금 산출 기준·시점 불합리 지적━
우선 부담금 산출 기준인 시세 상승분을 정확한 지표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재건축을 진행하는 아파트에만 부담금을 부과하므로 해당 사업에 따른 이익 뿐만 아니라 주변 아파트의 여러 가격효과에 따른 이익까지 부담금으로 계상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조합 추진위 승인일'을 부담금 산정 기준으로 설정한 것도 불합리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조합원 분양신청 이후 관리처분계획을 통해 재건축 사업에 대한 비례율(개발이익률)이 결정되고 조합원 분담금 규모와 시기가 결정된다"며 "관리처분계획 인가부터 준공까지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재산권 처분 자유, 예측가능성 보장, 용적률 증가 실현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검수한 김태형 서울대 부교수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집값 불안을 야기한다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제도의 도입배경이 타당한지를 규명하고자 분석을 진행했는데 그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재건축 아파트와 비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장기적 균형관계에 있었으며 재건축 진행 아파트에서만 발생하는 초과적 가격상승분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 결론을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연구재단에 정식 등재된 학술 논문으로, 특정 기관이 발주한 연구용역 보고서가 아닌 순수 학술논문이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논문이 실린 서울도시연구는 1993년부터 발간한 서울시정연구를 개편한 도시 관련 연구 전문지"라며 "연구자들의 자유로운 분석 결과가 담긴 학술 보고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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