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 바라보는 이재명과 조세연…둘 다 맞다?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 2020.09.22 13:00

[MT리포트] 불붙은 지역화폐 논쟁

편집자주 | 국책연구원이 경제라는 이름으로 ‘팩폭(팩트폭격)’을 시도했다. 유력 대선주자는 화력을 총동원해 ‘본보기 응징’에 나섰다. 여야 유력 정치인들까지 참전을 시작했다. 지역화폐는 무엇인가. 그것은 복지이자 정치이다.

국무총리 산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표적인 정책인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의 효과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보고서를 내면서 지역화폐의 실효성에 대한 논의에 불이 붙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연일 조세연 보고서의 정치적 의도와 학문적 오류 등을 지적하며 반발했고, 경기도 출연기관인 경기연구원(경기연)도 조세연과 정반대의 결론을 제시했다.

조세연은 나라 전체 관점에서 지역화폐 사용지역이 제한돼 발생하는 후생 손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 지사 측은 지역 내 소비유발 효과를 앞세운다. 결국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이냐 가치판단의 문제로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나라의 소비 총량은 정해져 있다…지역 장벽은 결국 비용


조세연이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밝힌 부정적인 결론은 "전 국민의 소비 총량은 정해져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지역화폐는 발행한 지방자치단체 안에서 사용을 전제로 하기때문에 결국 각 지자체가 정해진 소비 총량을 나눠 갖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분석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소비를 지자체 안 소상공인의 매출로 끌어올 순 있지만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타지역 매출 감소를 수반한다는 게 조세연의 입장이다.

타 지자체로 소비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지자체 각자 지역화폐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 2015년 40대 지자체가 12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지역화폐가 2020년 지자체 229곳이 발행, 9조원대로 늘어난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체 소비 총합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지역화폐로 인한 부가가치는 발생하지 않고 지역화폐 발행과 관리 비용, 국가 보조금 등 손실만 남는다는 게 조세연의 결론이다. 지역별 사용제한으로 인한 소비자 편익도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국가 재정을 집행하는 중앙정부 입장에서 소상공인을 지원하려면 지역화폐보다 사용지역의 제한이 없는 온누리상품권으로 지원을 일원화 해야 한다는 정책조언이 뒤따랐다. 지역화폐 국고보조도 코로나19(COVID-19) 피해가 큰 지역이나 수해 재난지역 같이 특정 지역으로 제한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조세연의 분석은 경제학적 가정을 바탕으로 한 '모델 분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소비유발 효과에 대해선 2010~2018년 전국사업체 조사 전수자료를 바탕으로 지역화폐의 소비 효과를 분석하고 있지만 지역화폐가 극적으로 늘어난 2019~2020년 소비효과는 분석하지 못했다. 지역간 경쟁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이 전반적으로 두터워질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했다.

조세연은 "2019년 이후에는 기존과 다른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며 "데이터 이용이 가능해지면 추가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경기 소상공인 매출 45%↑ 안 쓰면 없어지는 돈으로 추가소비 불러"


이재명 경기지사와 경기연은 '표본'을 앞세운다. 경기 지역 내 소규모 업체 3800곳의 매출 변화를 분석한 계량분석 결과로 지역화폐의 실효성을 주장한다. 조사기간도 경기도가 지역화폐를 본격 발행한 해인 2019년 4개 분기를 대상으로 했다. 이를 통해 지역화폐가 추가소비로 이어진다는 '승수효과'를 이끌어 낸다.


경기연은 '지역화폐의 경기도 소상공인 매출액 분석' 보고서에서 "지역화폐 결제액이 100만원 증가할 때 소상공인 매출액은 145만원 증가한다"고 했다. 지역화폐가 소비자의 기존 소비를 대체할뿐 아니라 45만원어치 추가소비를 이끌어 낸다는 결론이다.

하나의 점포를 살펴보면 지역 화폐 결제액이 100만원 증가한 시기에는 매출액이 57만원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도 내놨다. 경기연은 "지역화폐 결제액 중 43% 일부가 기존 소비를 대체하더라도 57%의 추가 소비가 일어난다"며 "이를 통한 매출 증가가 나타난다"고 했다.

지역화폐 결제액이 100만원 많은 점포는 100만원 적은 점포에 비해 전체 매출액이 535만원 많았다.

다만 지역화폐의 효과를 지자체 내 표본조사로 설명하는 데 그쳤다는 점은 경기연 연구의 한계다. 조세연이 지적한 인접 지자체의 매출감소, 특히 경기도 같은 대형 지자체에 인접한 소형 지자체에서 발생하는 역효과에 대한 반론이 되지 않는다. 전국 340만명에 달하는 소상공인 매출 증감 효과를 3800개 점포 매장 분석만으로 논하기엔 표본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지역화폐에 대한 입장은 갈린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지역 안에서 소비한다는 것은 결국 제로섬 게임"이라며 "국세를 넣어 직접 넣어 소비를 보조하는 지역화폐는 재정을 잘못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재정은 민간이 투자하지 않는 도로나 공영 주차장, 상하수도 인프라 등 공공재에 투입해야 한다"며 "재정투입에 따른 근로자 소득 증대 등으로 소비를 이끌어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태곤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가 재정 지출 역시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만 보면 낭비일 순 있지만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 보면 조세연 결론이 옳다고만 볼 수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모든 지역에서 균일하게 소비를 한다면 조세연의 연구가 맞겠지만 지역별, 상황별 특성에 따라 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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