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끓이려다…' 코로나19에 방치된 아이들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 2020.09.18 04:45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라 어린이집 개원이 연기된 지난8월 18일 오후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어린이이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인천에서 초등생 형제가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전신 화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돌봄 사각지대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등교가 제한되고 부모없이 아이들이 집에 방치되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돌봄뿐 아니라 아동 관련 예산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특수성을 고려해 예산을 더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또 돌봄 공백 문제 해결을 위해선 재택근무나 가족돌봄휴가, 근무시간 단축 등 유연한 노동정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수업 기간, 라면 끓여먹으려다 화재…아동보호 사각지대가 부른 참변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형제는 지난 14일 오전 11시10분쯤 인천시 미추홀구에 있는 4층 빌라의 2층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일어난 화재로 전신에 화상을 입고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초등학생인 형제는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인한 비대면 수업 기간 동안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등교가 중지됐고 전면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1일부터는 제한적으로 등교를 재개한다.

경찰 조사결과 사고가 발생한 이 가정은 2018년과 2019년 그리고 올해 6월까지 3차례 부모가 아이들을 방임한다는 이웃 주민 등의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달 형제의 어머니인 A씨를 아동보호사건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앞서 인천시아동보호전문기관이 인천가정법원에 형제와 어머니를 격리시켜달라고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청구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법원은 형제가 1년동안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전례없는 돌봄 공백, 학대 위험 높아진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정부가 가정 내 돌봄에 대한 지원 확대를 결정 가운데 2일 오전 대전 서구에 위치한 어린이집에서 긴급돌봄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사진=뉴스1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전례없는 돌봄 공백 문제가 터져나오고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등은 문을 닫은 반면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회사는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동복지 관련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뿐아니라 아동 관련 예산이 전체적으로 열악하다"며 "공교육이나 공적돌봄 부재에 대한 최우선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 아동들의 학대 위험이 전반적으로 높아졌고 특히 취약가정 아이들에게 더 어려운 상황이 가중된다"며 "재택근무나 가족돌봄휴가, 근무시간 단축 등 유연한 노동정책이 함께 추진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대신 아동특별돌봄비 지원 대상을 늘려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전날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2만원의 통신비를 지원하는 예산 9289억원을 삭감하고 독감 무료 예방접종과 20만원이 지원되는 아동특별돌봄비 지원 대상을 현재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까지 확대하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아동복지 전문가는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취약 아동에 대한 보다 세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 팀장은 "긴급돌봄 지원이 있긴하지만 보호자가 신청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라며 "가정마다 정보 접근성이 모두 다르고 인천 화재 사건처럼 아동학대 정황이 있는 가정은 긴급돌봄을 신청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봄 지원 체계를 마련해두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사정을 잘 알 수 있는 학교 선생님이나 사회복지사가 더 세심하게 학생 개개인을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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